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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고 싶다.


BY 제주도 푸른밤 2021-08-23 00:29:19

지금 생각해보면...늘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학생비자로 연장을 하기 위해서 평균잔고를 맞춰놔야 해서 

파트타임을 쉴수도 없었고 하루 쉬는 날에는 봉사활동을 다녔다.

조금이라도 돈을 절약하려고 1달러도 채 안되는 한국 라면을 사먹었다. 

워낙 라면을 좋아하긴 하지만 얼굴이 뒤집어 질 정도로.

1개 50센트하는 민스파이를 2개 사서 아침, 저녁으로 먹기도 했고, 

점심한 끼는 라면으로 때우면서 

식비가 하루에 2달러 정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던중에 보이스피싱을 당했고 그날 얼마나 울었던지. 

은행에서 시큐리티를 붙잡고 신세한탄을 할 정도로 울었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다시 그 돈을 모으면서 공부는 공부대로 해야겠고, 

그러다가 몸이 안 좋았는지....


비자연장을 위해서 가장 기본인 건강검진을 해서 

그 결과를 이민성에 제출을 해야하는데

7번이나 negative가 나오는 바람에 신장 초음파를 찍어야 했다.

난 영주권이나 시민권자가 아니기에 의료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소변검사 한번에 20달러씩 나갔고 초음파에 300달러, 

응급실에 가서 이머전시 닥터와 진료를 보는데도 200달러가 들었던것 같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의료비로만 700~800달러를 쓰고

그러면서 평균잔고를 3000천 달러를 유지해야 했다. 



그러던 중 이민성에서 레터가 날라왔다. 

나에겐 최후통첩처럼 보였다. 

몇 주내에 다시 검사를 해서 결과를 내던지 아니면 일정 기간 내에 나가라는 내용이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난 정말 최후통첩으로 느껴졌다. 나 역시 당시 지칠대로 지친상태였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혈뇨를 내가 어찌 알겠는가.

신장 초음파 상으로도 정상이라고 하는데....



힘들었다. 공부도 해야하고, 파트타임도 해야하고, 

건강도 이상이 있는 것 같고.

그 레터를 받은 1주일 후에 귀국을 결정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짐을 정리하고, 마지막까지 파트타임을 하면서 

그 동안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나의 뉴질랜드 생활을 2주간의 

여행으로 마무리 하기로 결심했다.


북섬과 남섬을 2주동안 세계에서 온 배낭족들과 같이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그 무리들 중 동양인은 단 한명. 나.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도 다가오지도 않는다. 

나 역시 선뜻 말을 걸고 다가가는 적극적인 성격이 아닌지라 

여행하는 내내 조용하게 피곤하면 차안에서 자고 

별다른 액티비티는 하지 않았다. 

물론 어쩔수 없이 인종차별을 느꼈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듯한 느낌은 늘 나를 따라 다녔다. 


그 당시에는 그 여행도 너무 힘들어서 여행이 끝날 무렵에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다시 알아보고 여행을 마무리 지으려 했으나

퀸즈타운에서 출발하는 오클랜드 행의 비행기표가 올 매진이었다. 

어쩔수 없이 여행을 끝가지 마무리를 지었고 무사히?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사람은 늘... 힘들었던 상황 보단 좋았던 것을 더 기억을 잘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자신의 삶의 고달픔이 조금이라도 사라질꺼라 믿어서 인지도....

분명히 힘들고 지칠대로 지쳤던 삶을 기억하는데 하지만

즐거웠던 느낌이 더 깊이 남는다. 


지금은 그 즐거웠던 느낌으로 뉴질랜드로 다시 돌아가는 생각을 자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출입국이 자유롭지 않아서 그것도 가장 큰 문제이지만,

20대의 열정으로 회사도 다니다 다 때려치고 

아는 사람도 없는 곳으로 무작정 갔던 그 때와 달리

지금은 알수도 없는 미래에 패를 걸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 버리고 가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아서.... 

부모님도 이젠 나이가 드셔서 걱정도 되고...

이래 저래 신경쓸일 들이 많아서 망설여지고 또 그래서 두렵다. 

그래서 갈수 없다고 스스로에게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것은 아닌지....



오늘도....

예전에...유학준비를 하면서 자주 찾았던 카페를 오래간만에 들어가서

이런 저런 카테고리를 클릭하면서 사진이며, 플랫을 내놓은 사람들이 써놓은 거리 이름들을 보면서

그립고 그립다 하면서 눈물 찔찔 짜고 있다.





가고 싶다.

갈수만 있다면.

하지만 이번에 가면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