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별하고 대단히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그냥 살아가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나누는 거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말을 안해요.
등산을 가거나 산책을 나가면 나는 사소한 이야기들 많이 합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나누는 이야기 집에서는 못하더라도 밖에 나가서 도란도란 나누면 좋지 않나요?
그런데 남편은 한마디 말없이 듣기만 해요.
그런 점에서 배신감이 들 때 있습니다. 성격이 그런 걸 어쩌겠어요. 이해해야죠.
항상 그렇지만 어제도 그런 배신감을 심하게 느꼈네요.
지난 번에도 친구와 돈에 관해 얽힌 이야기 내게는 말도 안하고 10년 넘도록 말 안하고 있었다는 것에 심하게 배신감을 느꼈는데 몇년 전 남편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래서 그런 줄만 알고 있었는데 어제 저녁 먹다가 문득 말 끝에 그 친구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게 아니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거였답니다.
암 치료를 오래도록 하다가 끝내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었다네요.
그런 거 말고도 말 안해서 배신감 느끼게 하는 거 수두둑 하게 많습니다.
그런 이야기들 내게 말하면 내가 어디에 소문을 내겠습니까? 누구에게 말을 하겠습니까?
왜 내게 말을 안하는 걸까요? 특히 돈에 관계된 일은 전혀 말을 안해요.
같이 산 세월에 30년이 훌쩍 지나고 있는데 왜 내게 비밀을 가지는 걸까요?
왜 나를 속이냐고 물었더니 속이는 게 아니고 그냥 말을 안했다는 겁니다.
말을 안하는 거하고 속이는 거 뭐가 다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