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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아~ 장금아!


BY 가족사랑 2008-09-22 12:03:11

대장금! 너무나 보고 싶었던 뮤지컬이었기에 이벤트 당첨 소식을 듣고 며칠을 가슴설레며 기다리는 행복감으로 몇날을 채웠다. 40여분전에 도착했건만 벌써 꽤많은 사람이 발권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숭정전 현판을 보며 3차원 체험속으로 들어가듯 입장하는 순간 쌀쌀한 초가을 밤기온을 염려하여 좌석마다 무릎담요를 가지런히 얹어 놓은 세심한 배려가 기대하며 달려온 우리의 가슴을 더욱 훈훈하게 한다.

반년 가까이 방송했던 대장금이란 긴 이야기를 무슨수로 한시간 반동안 보여줄까가 자못 궁금했었는데 전 출연진이 동원되어 극의 갈등요소를 첫장면에 모두 올리는 방법으로 보는이의 가슴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몰아쳐와 경희궁 뜰안에 있는 우리모두를 한꺼번에 조선시대로 싸고 들어가버린 느낌이랄까?

장금이 하면 빼놓을수 없는 수랏간, 얇은 천 한 장을 철사같은 것으로 테투리 돌려 모서리를 많이 둥굴린 네모모양을 만들고 바탕에 은은하고 화사한 그림을 그려 우아하면서도 함축적인 동작으로 모든요리장면을 묘사한다. 작은 소품하나로 부엌에서 하는 모든 요리가 된다. 씻고 다듬고 무치고 굽고 뒤집고,,능숙한 몸짓이 일류 요리사의 요리를 보는듯하다. “아~” 정말 그 기발한 창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장금이의 그림은 더 부드럽게 금영이의 것은 더 선명한 색으로 차이를 두어 저들의 요리는 저렇게 다르구나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어선경연에서 배추로 만두피를 대신한 장금의 요리를 놓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이라는 조광조와 모든일에는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오겸호의 대립, 요리 평가에서 훈구세력과 개혁파의 이념대립을 뽑아내다니! 수랏간 이야기를 충분히 다루면서도 조광조와 중종에 대해 흘리지 않고 차분하게 다 챙기고 가는 여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금이 어의가 되어 중종의 병을 치료하는 장면은 두손을 가슴에 모으게 한다. 사랑하는 이의 목숨이 떨어질 숨막히는 순간에 “사람을 살리면 업이 거두어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포효하듯 내뱉으며 들어가는 장금의 처절한 모습, 혼신의 힘을 다해 중종을 치료하는데 경희궁 숭정전이 왜 이리 빛이 납니까? 숭정전 문이 활짝 열리고 중종의 하얀 침전이 공중에 떠오르며 절규하듯 혈자리를 외치며 치료하는 대장금! 어떤 세트도 이 무대를 대신할 수는 없으리라 그 시절 분명 저런 모습이었을거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숭정전 뜰아래 민정호의 온 몸을 휘어감는 부드러운 음성에 젖어 있노라면 세상 모든 것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은... 장금에 대한 부러움이 사정없이 밀려옵니다.

흔들림없이 맑고 강한 소리는 어디서 들어도 아, 조광조 하는 느낌이 팍 옵니다.

게다가 안무까지 왜 그다지 돋보이는지요.분명 뮤지컬인데 현대무용 한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며칠째 뮤지컬 대장금의 감동에 젖어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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