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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에겐 허영심 마케팅이 먹힌다고?


BY 콩콩 2010-11-22

어떤 기사를 보다가 아줌마에 대한 변화와 이들의 수다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인터뷰한 걸 보게 되었습니다. 아줌마담론에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이라 생각이 들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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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타임'의 등장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다. 이 시대의 아줌마들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 살림에 올인하고, 헤어스타일은 항상 오래가는 파마머리에, 움직이기 편해서 몸빼바지를 즐겨 입는 아줌마는 이제 흔치 않다.

아줌마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아줌마 수다가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커지고 있다. 여성학자 오한숙희 씨에게 최근 아줌마들의 변화와 이들의 수다가 갖는 의미에 대해 물었다.

Q.집에서 일하는 주부라고 하면 예전에는 집안 살림만 하고, 동네에서 소소한 수다를 떠는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요즘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A. 산업사회의 아파트 생활 전업주부에게는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과거의 주부는 간장 된장을 담그고 텃밭을 일구는 등 가정이 생산영역 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의 고학력과 적은 자녀수로 삶에 대한 기대와 여유시간이 생겼습니다. 생산의 영역은 줄어들고 그만큼 소비의 영역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죠.

 

Q.아줌마에 대한 이미지가 변하면서 주목 받는 것이 아줌마 수다와 네트워크의 힘'입니다. 나름대로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잖아요?

A. 시간적 여유가 생긴 아줌마들이 한 곳에 모이기 수월해지고, 인터넷도 발달하면서 아줌마 수다의 힘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오프라인 모임을 통한 아줌마 수다가 '빠른 소통'과 '연대'를 통해 그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고 할까요.

광우병 파동 때 여성들이 나선 것이 대표적인 아줌마 네트워크의 힘입니다. 아줌마들이니까 가족의 건강에 대한 주부적인 가치관이 반영된 거죠. 예전과 달리 여성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하고 연대를 만들어가면서, 실제 사회를 움직이는 힘으로 바뀌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수다'라는 것은 일상사나 주관적인 관심사를 내용으로 합니다. 따라서 가족 특히 자녀문제에 큰 관심을 가진 여성들이 먹거리, 입시정보에 관한 한 그 분야에서 선도주체가 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Q. '아줌마 네트워크'가 강력해지는 것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을 텐데요. 예를 들어 요즘엔 아줌마들 사이에서도, 커뮤니티에 끼지 못하면 정보에 소외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A. 방향성이 관건입니다. 아줌마 네트워크가 무엇을 향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가에 따라 '긍정적'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이 될 수도 있죠.

가족 이기주의와 반사회적인 개인이익을 향해 또는 집단 이기주의를 위해 단결하는 것은 부정적인 방향입니다. 탐욕스런 아줌마 집단이죠. 그러나 환경문제나 사회공익적인 차원에서 단결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우리사회의 저력이 될 것입니다. 저 또한 이쪽으로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줌마 타임'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생업에 바쁘고 컴퓨터를 소유하지 못한 여성들은 정보면에서 소외되고 열등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무능한 엄마요, 주부가 될 수 있는 겁니다.

Q. 아줌마들의 활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하면서 재테크나 교육에서 아줌마들의 정보력도 막강해지고 있습니다. 아줌마들의 수다가 우리 사회의 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A. 아줌마들이 정보를 만들어낸다기 보다는 상업화된 정보를 유통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틀 내에서 경쟁적으로 빠르게 순응하는 것이지, 대안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데서 아쉬움이 큽니다.

Q. '아줌마 타임'이 보다 대중적인 현상이 되면서 기업에서도 아줌마의 마음을 잡기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줌마들이 소비주체로서 더 대접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아줌마를 '하나의 중요한 타깃'으로만 바라보는 건 아닌지?

A. 동의합니다. 기업은 아줌마들을 소비층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칫하면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차별화 전략에 집착해 여성들의 주머니만 터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아줌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업들 역시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줌마들의 마음 또한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요. '아줌마들의 허영심'이라는 표면에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 아줌마들의 자연스러운 변화와 관련된 핵심을 짚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줌마 타임'을 반짝 스쳐가는 유행이 아니라 진짜 기회로 잡을 수 있을 겁니다.

 

Q. 기업에서 '아줌마'를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하지만, 아줌마들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A. 지금보다 네트워크의 성격이 좀 더 다양해 졌으면 합니다. 아줌마들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연대를 꾸리고, 힘을 발휘하는 건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하지만 아줌마 커뮤니티와 그 파워가 여유 있고 학력있는 여자들이 자기들만 더 잘 살려고 열을 올리는 이기적 모성애나 반사회적 가족주의의 발현이 돼서는 안됩니다.

소외된 주부들을 위한 네트워크라든지, 공익적인 성격을 지닌 아줌마들의 네트워크 또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주부를 넘어 시민으로서 성숙한 의식을 가지려는 노력, 존경받는 어머니가 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