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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급변사태'?…"MB정부라서 더 겁나요"


BY 2008-09-12

'北 급변사태'?…"MB정부라서 더 겁나요" 
 급변시 곧바로 통일 국면'이라는 위험한 상상 
 
김정일 건강이상설을 다루는 이명박 정부의 방식을 보면 한미동맹을 절대화하고 대북 대결의식에 사로잡힌 '이념 정부'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확인도 안 된 북한 정보를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김정일 '유고'와 북한 '붕괴' 혹은 '급변사태'를 공공연히 거론하며 그 대비책 손질을 공개하고 나섰다. 여기에 '조중동' 보수언론들은 논리를 제공하고 이동복 전 안기부 특보 등 '냉전 올드 보이'들이 추임새를 넣고 있는 형국이다. 

되살아난 망령, 개념계획 5029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다며 내놓는 대책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개념계획-5029'를 보다 구체적인 작전계획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한미 연합계획인 개념계획 5029는 북한 붕괴론이 횡행하던 지난 1990년대 중반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미국의 문제 제기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만들어졌다.

북한의 남침 상황을 가정한 작전계획 5027과는 달리 5029는 김정일 유고나 군부 쿠데타 등 북한에 5가지의 급변상황이 발생하면 한미연합군을 북한 지역에 투입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안전하게 확보한다는 걸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은 20019.11 테러가 발생하자 북한의 WMD가 강경 군부나 해외로 빼돌려질 수 있다는 염려를 하게 됐다. 이에 2004년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지시로 리언 J.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에 의해 작전계획으로 격상시키는 논의를 시작했다. 작전계획은 추상적인 개념계획에 비해 병력의 동원과 배치 계획 등 군사력 운용계획까지 담기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정부는 작전계획으로의 격상이 △북한을 자극시킬 수 있고 △북한 급변사태와 전시(북한의 침공)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사가 상황을 주도하는 건 주권 침해적 요소가 있으며 △한미간 사전 협의도 없이 라포트 사령관이 논의를 시작하는 건 절차에도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중단시켰다.

노무현 정부는 5029를 작전계획으로 바꾸지 않는 대신 개념계획을 보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후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5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동의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희 국방장관, 김태영 합참의장(왼쪽부터) ⓒ연합뉴스

  '철 지난' 5029, 무엇이 문제인가
 
이명박 정부가 이를 다시 꺼내 작전계획화(化)하는 것에 대해서는 5029의 내용 자체에 대한 우려와 그 접근 방법에 대한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5029의 내용에 대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남한이나 미국을 공격하지 않았는데 급변사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군사적 개입을 하면 이는 명백히 침공"이라며 "북한군과의 교전과 반격으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미현합군이나 미군이 북한 지역에 들어가는 것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12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중국의 개입을 전제로 한 작전계획 5029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중국이 먼저 개입해 들어올 것 같으니 한미간 협력해 그걸 막는 군사행동을 생각하자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작계 5029에 대해 중국도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안보 당국자는 또 "2012년이면 전시작전권까지 한국군이 가져오는데, 북한 급변사태라는 전시도 아닌 상황에 대비한 한미 연합계획을 만든다는 건 논리적으로도 안 맞다"며 "MB정부가 철지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5029 문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보혁 논란의 소재가 됐었던 만큼 이걸 작전계획으로 만드는 건 ABR(Anything But Roh, 노무현 정부가 한 것과 모두 반대로 한다)의 일환이기도 하다"라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전작권 환수 등과 함께 실체와 상관없이 이념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제된 현실'을 정책인 양 내세우는 오류
 
5029가 군 차원의 대비책이라면 전 정부 차원에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계획도 있다. 이는 과거 북한 내 민족주의자들을 포섭한다는 의미로 조만식 선생의 호를 따 '고당(古堂)계획'으로 불렸으나 명칭이 노출되어 현재는 '00계획'으로만 불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전(노무현) 정부가 만든 계획은 행정적 최소 조치만을 담고 있는 등 통일에 대비하기 보다는 오히려 북한 체제의 안정적 관리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비판하며 현 정부가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일보>가 12일 전했다.

<조선>은 "정부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바로 통일 국면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작성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이 신문에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통일의 가능성을 합의에 의한 통일만 상정했으나 그 이외의 통일에 이를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비 계획도 짜놓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 계획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그에 따라 노무현 정부에서도 각종 계획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계획의 명칭마저 비밀에 붙일 만큼 보안을 중시했다. 북한을 자극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박제된 현실'에 불과한 계획, 시나리오, 매뉴얼이 자칫 정부의 정책으로 비춰지는 걸 막기 위한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관계자들은 '플랜B(비상사태 대비책)'을 다루는 기본도 지키지 않고 언론에 발설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에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측이 김정일 유고 가능성 등을 너무 부각시키고 나서면 북한 내부의 혼란을 부추겨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겉으로는 차분한 모습을 지키면서 내부적으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골간을 잡는데 참여했던 김성한 교수마저 이같은 지적을 하고 나선 데에는 정부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처신과 무관치 않다.

전직 청와대 당국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나서서 함구령을 내리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겠다고만 말해야 한다"라며 "대통령이 긴급 수석회의를 열고 관계 장관 회의를 주재했다는 것 자체도 공개하는 게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한완상 총재도 "급변사태가 오면 강력하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과 같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까발리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 김정일 건강이상설이 나온 후에도 판문점은 평온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급변사태 대비책'을 운운하며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도 "이념에 빠진 강경론자들" 비난
 
정부 관계자들이 언급한 "그 이외의 통일"도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북한 지역을 군사적으로 '접수'하는 무력 흡수통일을 뜻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무력 흡수통일 시도가 오히려 한반도의 안정,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으며, 그걸 추구하겠다고 암시하는 것 자체도 북한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에 문정인 교수는 <MBC>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났다고 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치는 북한이 군사적 행동으로만 전이되지 않으면 북한을 안정화시키는 게 최고의 과제"라며 "그 안정화 과정에서 생기는 대규모 탈북자라든가 등에 대해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고위 안보 당국자는 "1989년 동독의 호네커 정권이 붕괴하고 다음 해 총선이 있었는데 빠른 통일을 추구하는 기사련이 승리해 통일이 앞당겨 질 수 있었다"라며 "흡수통일을 했던 독일도 동독 사람들이 총선을 통해 직접 선택하게 한 뒤에 했는데 북한을 무력으로 흡수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 이 때야 말로 남북의 신뢰가 중요하다"라며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정보를 거침없이 공개하고 급변사태를 운운한다면 북한으로서는 '남쪽과는 더 이상 상종 못 하겠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명박 정부의 '위험스런' 행보가 이어지자 11일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촉구했던 <중앙일보>마저 12일에는 말을 바꿨다.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이날 칼럼에서 "대북정책의 점검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화해협력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세워 정기적으로 도상훈련을 하면서 보완해 나가는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라며 "북한이 내일 무너질 것처럼 요란을 떨어봐야 이미 나쁜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라고 경고했다.

김영희 대기자는 이어 "지금 급한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막혀버린 대화채널을 복원해 신뢰를 쌓는 것"이라며 "조건 없이 주는 인도적 식량지원이 작전계획 5029보다 더 실용적인 신뢰 쌓기의 수단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럴 때 어김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대북 강경론을 경계하는 것"이라며 "이념의 함정에 빠진 강경론자들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황준호/기자

기사원문: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80912174326
 
무식한 것에서 그치면 그나마 나은데
무식하면서 무식한 채로 열심인 사람은 최악인데...
게다가 어불성설 통일한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꾼다면 그건 재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