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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부족한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오히려 우리 교육문제를 심화시킬 뿐이다


BY 2009-08-06

[성명서]      
준비가 부족한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오히려 우리 교육문제를 심화시킬 뿐이다

27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입학사정관제 전면 확대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발언의 요지는 '논술 없이 100% 면담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고, 임기 말쯤 가면 대부분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100% 무시험 전형, 임기 말까지 입학사정관제 100% 전면 확대'로 이해될 수 있는 발언에 대해 논란이 일자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차관이 나서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논란 확대 진화에 나섰다.

우리회는 입학사정관제 자체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며 기존의 획일적인 성적 위주의 선발보다는 잠재력과 창의성 중심으로 평가하고 선발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현실적용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오히려 우리 교육의 문제를 확대하고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입학사정관제가 우리 교육현실에 맞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이 먼저 점검되어야 한다.

1.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적용기준과 선발 결과가 공개되어야 한다.
제도 정착의 핵심은 대학의 의지이다. 대학이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취지에 맞게 실행할 의지와 준비가 되어있는가'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고 따라서 대학을 신뢰하기 어렵다. 이는 대학이 그동안 보여준 행동 때문이다.
대학은 입학사정관제에 소극적이었다가 정부에서 돈을 주겠다고 발표하자 급격하게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대학의 필요와 의지에 의한 결정이라기보다는 돈 때문에 급하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담당할 사정관을 임시직, 비정규직으로 채용하였다. 고용이 불안정한 사정관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또한 2008년까지도 특목고우대 입시전형으로 대학서열체계를 공고히 하려던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취지에 맞게 시행할지에 대해서는 신뢰하기 어렵다. 3불 정책(본고사금지, 기여입학제금지, 고교등급제금지) 폐지를 주장하는 정부나 대학들이 3불 정책을 허물고 고교등급제 합법화 수단으로 입학사정관제를 교묘하게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대학은 입학사정관제의 적용 기준과 선발 결과를 공개하는 것으로 대학의 의지를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2. 입학사정관제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잠재력과 창의성을 통한 다양한 선발이라는 입학사정의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성적평가로 획일화되어 있는 평가체제하에서 성적을 위한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는 아이들을 무엇을 가지고 잠재성과 창의성, 다양한 활동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입학사정관제가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도의 확대보다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화 노력과 고민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3. 교육제도의 변화는 10년을 내다보는 신중한 결정이어야 한다.
제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겠다하면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하다. 불안은 학생과 학부모를 입시 컨설팅 사교육시장으로 가게 한다. 또 학생들이 고1 때 미리 진학할 대학을 결정하지 못하면 여러 대학의 요구조건을 다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학생과 학부모가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면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하는 사교육 하나가 더 늘어나는 꼴이 된다.


준비가 부실하고 조건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강제하듯 입학사정관제를 성급하게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교육의 문제를 심화시키고 제도를 왜곡할 수 있다. 이는 부실 전형과 공정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도의 성급한 확대보다 대학의 입학사정관제의 적용기준과 선발 결과가 공개되고,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성-입시와 성적위주의 교육이 아닌-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2009년 7월 29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