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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청소년 성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성교육 전용버스에서 성교육자료 직접 보며 체험학습해야겠어요.


BY 2010-03-19

어른들도 얕보지 마라, 현직 보건교사들이 추려서 답해본 요즘 애들의 첫경험 궁금증들

 

 

▣ 이상규 인턴기자 postdoal@hotmail.com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요즘 청소년들은 언제 첫경험을 할까? 또 어떤 방식으로 첫경험을 하며, 그에 대한 태도는 어떨까? 과연 그들은 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성에 대한 청소년들의 의식이나 정보 수준은 매우 다양하다. 대놓고 상담교사에게 ‘상대방을 만족시키는 법’을 묻는가 하면 성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해서 ‘닿기만 해도 임신이 되는가?’라는 순진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여전히 ‘미숙한’ 성장기의 청소년일 뿐인가, 아니면 책임감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성숙한’ 젊은이인가?

 

 


△ ‘아하! 청소년 성문화센터’가 운영하는 성교육 전용버스 ‘해피버스’에서 한 초등학생 어린이가 각종 성교육 자료들을 직접 보며 체험학습하고 있다.

보건교사들의 상담사례와 여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관계는 과거 ‘문제아’라고 불리던 학생들의 범주를 넘어서서 이미 보편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 소속 박정자(부산 해운대공업고)·박영숙(강원 원주 영서고) 선생님의 자문을 구하여, 요즘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고민을 다섯 유형으로 분류하고 나름의 답변을 제시해보았다. 어색한 질문이 오가는 곳이 ‘첫경험 현장’이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 첫경험이다. 말을 못하고 있다가 큰일나는 것이 첫 섹스다. ‘무모하게’ 성장해버린 어른들이여, 얕잡아보지 마라.

 

성교육받고 나니까, 성병에 걸렸는지 걱정된다. 성기가 간지럽고 성기에서 뭔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이거 성병인가? 혹시 에이즈?

=나만은 괜찮겠지 생각하는 것이 모든 인간이 병에 대해 갖는 태도다.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는 언제나 성병의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정 의심스러운 경우 비뇨기과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병이 확인되면 상대방에게도 알려주어야 한다. 에이즈가 계속 걱정되면 보건소를 이용하면 좋다. 보건소에서는 익명으로 에이즈검사를 해준다.

 

임신을 한 건지 걱정된다. 질외사정을 했는데 괜찮을까?

=어떻게 해야 임신이 되는지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그걸 모를 땐 “손가락만 넣었는데 임신이 되나요?” 혹은 “성기가 살짝 닿았는데 아이가 생기나요?” 같은 의문이 당연하다. 정보를 안다는 사람도 성관계 뒤에는 ‘임신 공포증’으로 조마조마하면서 지내기 마련이다. 공포증에는 예방도 피임이요 처방도 피임이다. 질외사정이나 월경주기법은 완벽한 방법이 아니다. 사정 전에도 정액이 잘 보이지 않게 뿜어져나올 수 있으며, 난자가 나오는 시기와 기다리는 시기를 감안한 월경주기법은 ‘평균치’일 뿐이다. 소중한 당신 몸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는 일. 임신이 의심되면 즉시 보건소나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하는 것이 좋다. 산부인과처럼 문턱이 높은 곳도 없는 게 사실, 가기 전 약국에서 임신테스트기를 구입해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피임은 어떻게 하나? 약국에 콘돔 사러 갔다 아저씨한테 맞았다.

=콘돔이 가장 안전한 피임법이다. 한국 청소년들의 콘돔 사용률은 전세계적으로 낮은 편이다. 가까운 일본의 청소년들은 73%가 콘돔을 사용하는데 한국 청소년들은 고작 20%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다(순천향의대 산부인과 최규연,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제5차 학술대회 자료집). 현실의 인식도 한몫한다. 콘돔이 성인용품으로 취급돼서 약국 같은 곳에서 구매하기 어렵다. 평소에 인터넷 등에서 구입을 해놓는 것이 좋다. 급할 때는 가까운 지하철역 무인자판기가 있다. 불안감을 부추기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콘돔을 사용하더라도 100% 피임이 되는 건 아니다. 확률은 낮지만 쿠퍼스액(흥분할 때 나오는 소량의 분비물)에 의한 임신도 가능하다. 그리고 약국 아저씨, 아줌마, 아가씨들은 청소년들에게 무조건 콘돔을 팔아라. 콘돔 있는 섹스는 참을 수 있어도 콘돔 없는 섹스는 있을 수 없는 법. 콘돔은 섹스하는 자의 소모품이 아니라, ‘섹스’에 대한 마음의 기본체조다. 학교에서 ‘콘돔 사오기’ 숙제를 내주어도 좋겠다. 여학생들도 여성 피임약을 먹느니 콘돔을 사두는 게 좋다. 참고로 국내 콘돔 수출량이 세계 최고라는데, 품질이 좋은 덕도 있겠지만 한국 사람이 워낙 안 써서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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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인가? 고등학교까지는 무조건 안 되는가?

=사실 대다수 학교의 ‘학생선도규정’에는 “불건전한 이성교제로 풍기를 문란하게 한 학생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사실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일반 형법에는 만 13살 이상인 사람이 동의에 의해 성관계를 할 경우 이를 처벌할 규정은 없다. 또 헌법에는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권이 있다. 고등학생에게도 ‘섹스의 권리’가 있다. 문제는 스스로 감당할 만큼 성숙한 자세로 섹스에 임하느냐는 것이다. 어차피 국민의 권리 문제도 학생선도규정의 문제도 아닌 ‘인간의 문제’였으니.

 

 

첫경험을 하기 전에 행복한 첫경험을 위해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면?

=다음의 사항을 스스로 점검해보시라. 당신은 다음의 항목에 대해 20번 ‘예스’라고 답할 수 있는가(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자료).

1. 성관계 이후에 생길 수 있는 심리적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

2. 성관계에 동의했더라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3. 상대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다.

4. 충동이나 호기심만으로 성관계하지 않는다.

5.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는 성관계하지 않는다.

6.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한다.

7. 서로의 성행동에 대해 두려움과 불안이 없다.

8. 파트너와 서로의 성욕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9. 서로 좋아하는 성행동이 무엇인지 안다.

10. 나의 벗은 모습을 상대방에게 당당히 보여줄 수 있다.

11. 질외사정으로 임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12.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헤어지지 않는다.

13. 임신 가능한 시기가 언제인지 안다.

14. 임신했을 경우 아기를 낳아 키울 수 있다.

15. 인공임신중절수술의 위험과 후유증에 대해 안다.

16. 성병의 증상과 예방법을 안다.

17. 상대와 의논하여 피임방법을 선택한다.

18. 여러 가지 피임방법의 장단점을 알고 있다.

19. 콘돔 사용방법을 정확히 안다.

20. 콘돔을 살 수 있는 장소를 알고 있고 혼자 살 수 있다.

 

 


통계로 본 첫경험

남학생은 14살, 여학생은 14.5살

청소년들은 몇 살 때 첫경험을 할까?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첫 성관계를 경험하는 나이는 전체 평균 14.2살, 남학생은 14.0살, 여학생은 14.5살이다(2006년 ‘성건강실태’ 조사자료, 대상은 중1~고3 7만1404명, 표본학교는 중·고교 각각 400개교). 일반적으로 여학생의 성징이 빨리 나타나지만 성경험에서는 남학생이 6개월 정도 빨랐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2007년 서울 지역 고등학교 2학년과 보호관찰 및 쉼터 거주 청소년 등 총 10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문화실태조사’(95%신뢰도에 표본오차 ±5%)를 보면, 첫 성관계 상대에 대해 묻는 질문에 63.6%가 ‘이성친구’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선후배’가 17.3%를 차지했다. 성별로 보면 여학생은 이성친구가 61.9%, 선후배가 23.8%, 남학생은 이성친구가 73.1%, 선후배가 17.9%였다. 특이하게 남학생의 경우 ‘채팅상대’가 6.4%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남녀 모두 이성친구를 상대로 첫경험을 하지만,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선후배와 첫경험을 하는 비율이 조금 더 높다. 첫경험의 상대로 ‘믿을 만한’ 상대를 일부러 고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첫 성관계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서로 좋아해서’가 36.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술 마신 상태에서’(25%), ‘충동적으로’(21.3%), ‘상대가 원해서 어쩔 수 없이’(8.3%) 순으로 답변했다. 여성은 강요에 의해, 남성은 술 마신 상태에서 성관계를 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성별로는 여학생의 경우 ‘서로 좋아해서’ 25%, ‘충동적으로’ 20%, ‘강요에 의해서’ 16.7% 순이었다. 남학생의 경우 ‘서로 좋아해서’ 39.3%, ‘술 마신 상태에서’ 28.6%, ‘충동적으로’가 21.4% 순으로 나타났다.

2006년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성관계를 경험한 비율은 성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성경험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5.1%였다. 여학생은 3.4%, 남학생은 6.7%였다. 중학교 입학 전 성관계 경험율은 1%다. 성별로는 남학생 1.4%, 여학생 0.5%였다. 또 여학생의 13.8%가 임신을 경험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성관계 경험자 중 피임 실천율은 38.1%였고, 질외 사정이나 월경주기법 등 부적절한 피임법 사용률은 24.3%인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