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철수 현상' 초기...
스스로를 사회에 큰 빚을 진 빚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자신이 머물던 자리에 좋은 흔적을 남기려 애쓰며 살아왔고,이후로도 그리 살 거란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듯 띵해졌었는데...
나,미개인 역시 격동의 80년대를 거친 386으로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친구들이나 내 여동생이 민주화 투쟁을 하는 것을 비난하기까지 했었던 것이 떠오르며 낯을 붉혔다.
'그래...나도 여생을 빚을 갚으며 살아가자!'고 결심을 했지만,
안 철수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몰골의 ,할 줄 아는 거라곤 없는 존재이다보니 막연하기만 했었지만,
당시 국회에 상정됐던 친일파 재산 횐수법을 거대 여당의 100% 반대로 부결된 것을 보곤 분개한 나머지,
앞뒤 가릴 것도 없이 현수막을 맞추고,밤새 1번 국도변의 사거리 구석구석에 그것들을 설치한 후 ,
다음날부터 천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올 5월 16일부턴 천안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부속병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지금은 단국대 치대만을 규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슈퍼갑으로 환자들 위에 군림해온 대형병원들을 규탄하고 있다.
현수막과 피켓,그리고 틈틈이 구호를 외치며 단대 치대병원 입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업도 거의 개점휴업하다시피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현장을 찾아 차를 세우고,차에 현수막을 걸고,피켓 등을 차둘레에 진설한 후,
인접한 천호지 공원의 산책로를 지나는 시민들과 ,단대 치대 앞으로 드나드는 단국대 학생들,그리고 단대 치대병원을 드나드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나의 피해실상을 알리고,최근 문제로 대두된 단대 치대의 학위장사 사실을 피켓으로 ,육성으로 널리 알리고 있다.
그러던 중,최근 10여일 동안 이른 아침의 몽롱한 몸과 정신도 깨울겸해서 근처 체육공원을 찾아 운동을 하려는데...
접근이 쉽고 풍광이 뛰어난 데다,가족단위로 ,동호인들 단위로 모여들어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피크닉을 하기에 좋아서인지,
그들로 인해,차마 눈을 뜨곤 봐줄 수 없는 난장판이 벌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천호지 둘레에 설치된 산책로 주변의 물가엔 오물들과 낚시 도구 ,낚시 줄 등으로 난잡하게 얽혀있어서 산책하는 기분을 반감시키고 있었으니...
낚시가 금지돼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불법이 자행되고 있었고,그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들로 멋진 호수는 몸살을 앓고 있는 게 아닌가?
족구장 ,태드민턴장,농구장 등의 체육시설과 운동기구 주변의 인조잔디는 셀 수 조차 없는 수많은 담배꽁초들로 타고 그을려 있었고,
인접한 화장실 주변과 개수대 주변,벤치 주변은 특히나 깨진 술병 등으로 아이들을 위험에 몰고 있었고,
개똥과 인간들의 구토물들로 눈을 둘 데를 찾을 수가 없는 정도였다.
처음엔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는데,이건 아니다 싶어서 열흘쯤 전부터 내 활동반경 주변부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여덟시 경 아주머니 두 분이 청소를 하러 오시는데,그 분들께 협조를 구해서 ,
농구장 한가운데,족구장,배드민턴장 한가운데,그리고 산책로 한가운데,벤치 바로 앞에 쓰레기들을 쌓아두기로 했다.
다음날 저녁에 운동을 하러 ,산책을 하러 나와서 지난 밤 자신들이 버린 양심을 보고 낯 좀 붉히시라고...
그리고 오늘은 위 사진의 작은 피켓에 글을 써서 쓰레기더미 앞에 세워뒀다.
몇 년전,성거산과 태조산을 잇는 태백산맥 금북정맥의 일부를 산행하면서 ,
비닐 봉지를 들고 다니며 등산로 주변의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고,1년여 만에 묵묵히 동참하는 노인과 청년을 보게 됐으며,
이후론 그 코스의 등산로에선 버려진 양심을 찾기가 힘들어졌던 기억이 있기에...
아침운동 전의 잠깐을 이용해서 천호지 공원에서도 해내리라 결심을 하고,매일같이 하고 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절대 안 될 거라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시는 걸 보고 ,더욱 결의를 다지며 실천하고 있으니...
청소를 하고,운동을 하고 있으면 아주머니들이 오시는데,점차 쓰레기 양이 줄어들고 있다며 놀라워하신다.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찾을 수 없을 때까지 계속하리라 .
우리들이 머물다 간 자리에 좋은 흔적을 남기진 못할 망정,더러운 오물로 더럽혀서야 되겠느냐고 무언의 항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삼삼오오 모여서 파티를 하는 사람들에게 추억만 남기고 쓰레기는 집으로 가져가서 분리수거하자고 권유도 한다.
어제는 공원 주차장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들을 근처 공사장에서 빌린 빗자루로 쓸어서 모아놓았는데,
오늘 시위를 하다 둘러보니 누군가가 말끔히 치웠다.
이렇게 공감하고 동참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조만간에 천호지 공원도 금북정맥에서의 기적을 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 운동이 성공하면 ,온통 쓰레기장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좋을 전국토의 쓰레기들을 치우고 버리지 않으며 좋은 흔적을 남기자고 당부하고 싶어서,
당치도 않지만 ,회원도 나 하나뿐이지만,간판도,형체도 없는 것이지만 감히 운동본부라고 이름붙여 시작하는 것이다.
만일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면 부디 공감해줘서 자신의 주변에서 운동을 시작해주길 바란다.
나 하나의 작은 실천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급기야는 모든 이들의 도덕불감증까지를 치료할 수 있다는 기적을 경험하게 되리라.
그들의 사랑방을 ,수다방을,노하우 전수의 장을 나의 블로그 한 켠에 마련하고 싶어진 것이다.
점차 그 영역과 범위를 넓혀갈 생각도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내주시고 참여해 주시어 활성화 시켜주심 좋겠다.
그리고 뜻이 있는 분이 계신다면 ,자리를 넘겨주어 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는 불쏘시개로 제공하고 싶다.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정치,경제 전반에 이르기까지 좋은 흔적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차고 넘치는 그날까지...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