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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비 입고 청소하고 운동하다 펑펑 울어버린 날


BY 미개인 2014-07-18

어젯밤 냉수마찰하러 나서는데 자정을 39분쯤 남겨뒀을 무렵...

후둑후둑 하더니 양동이로 퍼붓듯 20여 분 정도 메마른 대지와 나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그렇게 밤새 오락가락 하더니...아침에 나서끼까지 비가 적당히 와준다.

가뭄끝에 홍수를 내려주시려나?걱정하며 ,잔뜩 흐린 하늘을 쩍쩍 쪼개는 벼락과 우르릉쾅쾅 천둥이 불꽃놀이인듯 ,음악회인듯 즐겁다.

쪼개진 하늘 틈으로 친일 매국노나 못된 슈퍼갑들 좀 빨아들여줬으면...

천둥소리로 몹쓸 인간들만 골라서  고막을 다 찢어버려줬으면...하는 생각도 했다.

말이 안 통하고 ,상식이나 원리원칙이 통하지 않다보니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는 무기력한 미개인...

 

에라,못하는 건 그만두고 잘하는 거나 하자며 우비를 단단히 챙겨입고,더러운 쓰레기나 줍고,개똥이나 치우면서 온몸으로 비님을 느낀다.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졌던 천호지의 수위도 밤새 흙탕물로 원상복귀됐다.

스티로폼 등의 쓰레기들도 군데군데 떠다니긴 했지만,발가벗고 뛰어들어 건져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피부병이라도 걸려서 죽으면 안 되니 참자참자 하면서 참느라 진땀 좀 뺐다!^*^

 

비가 오니 우산쓰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가뭄에 콩나듯 있을 뿐,체육공원은 터엉 비어있다.

오늘은 나만의 왕국이다.

룰루랄라 우비를 입고 평소와 다름없이 한시간 가까이 운동하고 발바닥 지압하고...

토끼뜀으로 마무리 하기 직전의 물구나무 서기 기구에 거꾸로 매달린다.

발끝서부터 머리 위로 깍지낀 손까지 주욱죽 스트레칭을 원없이 해주고 나면 이젠 온 몸의 힘을 쏘옥 빼버린다.

기구에 걸린 발끝의 약간의 힘을 제외하곤 온몸의 힘을 쪼옥 빼버리면 편안해지면서 ,배가 쏘옥 들어가고 배안의 근육이 팽팽해지는 느낌이 온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볼 정도로 진짜 편안하다.

하루종일이라도 이렇게 있으라면 있겠고,그럴 수만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도 같다.

그러다 빗물이 얼굴에 노크 하듯  톡토톡 치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번쩍 떴는데,흐릿한 하늘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나한테 뭐라고 말을 해주고 싶어진다.

 

"미개인아!상욱아!힘들지?하지만 재미있잖아?"...하는데 갑자기 울컥 하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코에 물이 들어간듯 코까지 퀭~한 느낌이 온다.

갑자기 4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하늘 위에서 나를 굽어보고 계시는 것만 같으면서 더 쏟아진다.눈물인지 빗물인지 여튼 마구 쏟아진다.

흑흑 흐느끼면서...

"그래,상욱아 .지금처럼만 살아가자.장하다.대단한 상욱이야~넌 지금 누구보다 잘 살고 있는 거야....."

눈물샘이 마르고 닳도록 정말 원없이 울어버렸다.

"아직은 나래가 ,누리가 어려서 아버지를 안 찾고 있지만 언젠간 문턱이 닳도록 찾아와서 사랑한다고 말해줄 거야..." 엉엉엉~

 

눈물인지,빗물인지 모를 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깡총깡총 토끼뜀을 뛰어서 개수대까지 가서 어푸어푸 후련하게 씻어내 버린다.

비가 와서 쉴 줄 알았던 아주머니들이 오시는 걸 보고 인사를 나눈 후 ,언제 울었냐는 듯 씩씩하게  차로 돌아와 감자로,물로 요기를 한다.

그렇게 울어버리니 이렇게 후련할 수가...

비가 와서인지 가게앞마다 박스들이 잔뜩 있는데,요즘 자전거론 많이 실을 수가 없다.아까워라~^*^

꽉꽉 동여매서 실을 수 있을 만큼 실은 후 느긋하게 달려서 ,갑선 아저씨도 비가 와서 안 가져간 어제의 파지더미에 얹어주곤 ...

나의 멋진 성에 돌아와 씻고 오늘이 복날이래서 평소보다 많은 과일로 아침 식사를 한다.

끝물 자두,바나나,복숭아,토마토,그리고 견과류...

 

슬금슬금 비도 물러가고 하늘은 화창한 가을 하늘인 듯 높고 푸르게 빛나준다.

나의 미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