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49

좋흔남...비가 온다기에 조금 서둘렀더니 한가하구먼?!


BY 미개인 2014-07-22

어젯밤,너무나 피곤해서 잠시 주워둔 비치의자에 앉아 쉰다는 게,꼬로록 잠이 들고 말아서 새벽 열두 시 반에 깨어났다.

끈적끈적한 몸을 시원한 지하수로 씻어낸 후,

낑낑낑 쓸 줄도 모르는 글 하나를 블로그에 올리고 희뿌옇게 밝아 오는 새벽을 달려 단국대 치대병원 입구로 갔다.

상쾌한 새벽 공기를 한껏 들이켜며 현수막과 피켓을 설치하고...

 

기분 좋게 공원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보물 찾기를 하듯 쓰레기들을 주워 모은다.

친구인 듯한 두 젊은이들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그 앞의 담배꽁초를 줍다 손 델뻔했다.

자네들이 버렸구먼!했더니 그렇다며 미안해한다.

호숫가의 큰빗 이끼 벌레를 하나 건져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그들에게 보여주며,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옛날엔 없던 것이 ,옛날에도 저수지 물은 구여있었는데도 없던 것이 왜 생겼겠느냐며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 좀 가져가자며 페이스북 친구 기정님이 만들어 주신 나의 명함 하나를 건네준다.

블로그에 들어와 나의 엉터리 삶을 엿봐주고 공감해주며 동참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고분고분 들어주며 머리를 조아려주는 젊은 친구들이 참으로 멋져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어제의 산더미같은 쓰레기 더미를 보고 충격들을 먹은 것일까? 

평소의 반의반도 안 되는 쓰레기 양에 한편으론 김도 빠지면서 기분은 좋아졌다.

'그래...이렇게 줄여가서 나중엔 티끌 하나도 남기지 않고 추억만 남기고 다니는 시민이,민중이 되자!'고 속으로 뇌이면서...

씻고 운동하고,둘 중 하나가 부러지자 몽땅 버리고 간 배드민턴 라켓 하나를 주섬주섬 챙겨서 온다.

그래...비웃어라.

난 거지다!

결국은 누구 줘버리고 말겠지만,혹시 좋은 친구라도 만나게 되면 하나 더 사서 배드민턴을 쳐주리라!^*^

버리면 썩지도 않는 쓰레기가 되고 말테지만,주워뒀다 누굴 주든 내가 쓰면 돈도 굳고 자원도 굳는 것이니...

"내가 바로 실천하는 환경운동가이다!"

착각하며 룰루랄라 다 썩은 오토바이를 타고 오면서 이 편의점,저 편의점에서 박스 파지를 잔뜩 싣고 돌아온다.

 

아침에 못잔 잠을 보충하고 있는데,나의 사랑스러운 복실이가 누구 왔다고 마구 짖어대며 깨운다.

배시시 눈을 떠보니 갑으로 착한 갑선 아저씨가 오셔서 부르신다.

웬 일이시냐고 했더니,당신이 어제 문 앞에 두고 간 검은 비닐 봉투 챙겼냐고 물으신다.

"아뇨~!캄캄해서 못 보고 누가 버리고 간 쓰레기봉투인가 싶어서 수거봉투에 넣어 버렸어요."했더니...

당신께서 직접 농사 지으신 옥수수와 호박  몇 개 넣어서 들고 왔는데,없기에 문 앞에 두고갔었노라신다.^*^

안 먹었어도 먹은 것처럼 고맙다며 어르신이나 많이 잡숫지 ~하니 당신도 혼자 살아서 많이 먹지도 못하니 나눠먹으려는 것일 뿐이라며 수줍게 웃으신다.

이게 바로 정(情)이지...

초코 파이 하나가 정이 아니다.

정말정말 고마웠고,눈물 겹도록 감동적이었다.

 

몽롱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누느라 뜨거운 차 한 잔 못 대접하고 보낸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

일어난 길에 토끼와 고양이,강아지,물고기까지 식솔들을 챙기고 있는데,반가운 손님이 오셔서 개시를 해주신다.

됐어!

이만하면 잘 사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