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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한다!


BY 미개인 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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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은 정치, 민족, 종교 갈등만의 결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폭격을 보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반유대주의적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은 그저 관망하며 이리저리 이익을 타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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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살려내라!" 
"아이들의 살인자 이스라엘!" 

각종 피켓과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시위대 행렬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독일 무장 경찰들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오른쪽에는 이스라엘 시위대가 서로를 향해 아우성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금방이라도 대규모 폭력사태로 바뀔 것만 같은 팽팽한 긴장감과 극단적인 증오가 넘실대고 있었습니다. 

지난 7월 25일 금요일 '쿠즈의 날(Quds Day)'. 베를린에서 가장 큰 번화가 중 하나인 쿠담거리에서는 근래 들어 가장 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교통은 마비되었고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투덜거리며 하나 둘씩 정류장을 떠납니다. 동원된 독일 경찰 병력 규모도 역시 올해 들어 최대입니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입니다. 

무슬림인들에게 이른바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의 날'이라 불리는 '쿠즈의 날(Quds Day)'은 과거, 이란의 혁명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에 의해 창시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무슬림들은 매달 금요일마다 안티시온주의 시위를 벌이는데, 이날은 그 날이기도 합니다.

7월의 마지막 금요일, 즉 '쿠즈의 날'이 맞아 팔레스타인들뿐만이 아니라 요르단, 레바논, 리비아 등 다양한 국가의 사람 1200여명이 모여 '이스라엘 폭격 규탄집회'를 진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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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스라엘 시위대들이 베를린 쿠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고 한 젊은 청년이 신호등에 올라가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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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진을 하던 반이스라엘 시위대 중 10대로 보이는 두 소녀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반대쪽에 있는 100여명의 이스라엘 시위대를 향해 "꺼져! 이스라엘 살인자들!"이라고 외칩니다. 그 옆으로는 유모차를 끌고나온 젊은 부부들도 있었습니다. 유모차 안에 누워있는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봅니다. 그들이 밟고 행진하던 거리 바닥에는 예전에 나치에 의해 희생되었던 유대인들의 이름이 새져진 기념비가 있었습니다. 

한편 반대편 이스라엘 시위대 주변에는 온통 바리케이드가 쳐 있었습니다. 그쪽의 시위대는 대략 100여명 정도로 반 이스라엘 시위대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멀리서부터 행진해 오던 반이스라엘 시위대들의 구호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자 그곳 사람들은 바리케이드를 뚫고 나올 듯이 "이스라엘! 이스라엘!"을 외쳐댑니다. 양쪽 시위대의 흥분이 고조되자 독일 경찰차에서는 한 여경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평화로운 집회를 위해 비방은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안전하게 집회를 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방송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분노어린 외침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베를린에서는 대규모 반이스라엘 집회가 열렸지만 독일 경찰은 이번에 더 잔뜩 긴장하고 있는 듯합니다. 올해 더 큰 규모의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을 보면 민족 간의 갈등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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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시위대 주변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있고 경찰은 혹시 있을지 모를 시위대의 도발행위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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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찰은 깃발이나 인형을 태우는 행위, 폭력행위를 불러일으킬 만한 비방, 각 민족 간의 힘이나 종교를 찬양·찬미하는 선전물은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더불어 시위에 들고 나오는 히브리어 또는 아랍어로된 선전물들은 번역을 통해 검열할 것이며, 양측의 시위대는 경찰이 세워놓은 바리케이드 구역을 엄수해야하고 그곳을 이탈하거나 도발행위 또는 폭력행위를 할 경우 즉각 체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집회 관리에 있어 이스라엘 사람이든 팔레스타인 사람이든 인종적인 것과는 상관없이 '우리의 임무는 베를린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을 지키는 일'이라고 언론과 경찰 SNS를 통해 전달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폭격 이후, 독일 곳곳에서 반 이스라엘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독일의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독일 대통령 요아힘 가우크는 언론을 통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상당히 유감스럽고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지만 독일에서 유대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증오로 사태가 귀결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베를린 시장 크라우스 보베라이트 역시, 자신의 SNS와 언론을 통해 '두 민족 간의 화해와 가자지구의 평화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으며 베를린에서의 인종주의적, 극우적 활동과 폭력행위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격을 비난하는 국제적 여론에 편승하여 독일의 몇몇 극우주의 단체들은 유대인을 학살했던 독일의 역사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나치의 유대인 학살 계획이 정당한 것이었고 독일에서 유대인들을 내쫓아야 한다는 궤변이 인터넷상에서 나돌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날 집회 현장에 유대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피켓을 들고 다니던 한 남성은 경찰에 피켓을 압수당하기도 했습니다. 

유대인들에 악마였던 나치...이제 악마로 불리는 유대인 

일부에서는 오늘날의 유대인들이 나치와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각종 언론에 보도되는 가자지구의 처참한 모습은 '분쟁'이라는 표현을 넘어 '학살'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무자비한 폭력'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를 '유대인', '비유대인'으로 구별하고 판단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해결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흑'과 '백'처럼, '선'과 '악'처럼 극단적인 결론은 또 다른 분쟁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유대인들에게 다시는 벌어지지 말아야할 야만적인 학살을 자행했던 독일 나치와 아이히만은 유대인들에게 '악마'라 불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반대로 사람들은 유대인들을 '악마'라고 말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는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여전히 많은 고민을 던지고 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의 극단적 증오를 받았던 아이히만에 대해 한나 아렌트가 '그는 악마나 광인이 아닌 그저 명령에 복종했던 평범한 인물일 뿐'이라고 말했을 때 유대인들은 한나 아렌트에 대해 같은 유대인으로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렇듯 온갖 증오를 품은 '광기의 역사'는 집단적 정의를 내세우며 증오를 논리로 탈바꿈시켜 폭력을 행사해왔습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러한 역사의 비극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인터넷상에서도 유대인에 대한 극단적 적대심을 드러내는 글들이 종종 보입니다. 어떤 표현은 독일의 극우 네오나치들과 다름없기도 합니다. 과연 지금, 우리가 분노하고 규탄해야할 대상이 단순히 '유대인'이라는 특정 인종이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7월의 마지막 금요일, 한날한시 베를린 쿠담거리에서 저는 "이스라엘"을 외치는 사람, "반유대인"을 외치는 사람, "팔레스타인"을 외치는 사람, "평화와 화해"를 외치는 사람,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시위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문제의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시위 현장에는 이제 그만하라는 듯 하늘에서 거세게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저는 문득 우리의 세계가 과연 진보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