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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흔남...갑으로 착한 아저씨 집 털기 -3탄


BY 미개인 2014-11-07

읍사무소 직원이 국도사무소의 밀어붙이기 식 행정 통고를 하려고 와서 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을 때,

조심스레 들어오셔선 머뭇거리며 도와줄 것을 청해오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보내드린 후 읍사무소 관피아와의 말을 끝낸 후 후닥닥 핸드카를 들고 가보니 ,

한 켠에 대형 냉장고와 구형 텔레비전이 두 대,세탁기가 하나,철재 장식장 하나가 쌓여있다.

이웃집에서 정리를 하며 아저씨더러 필요한 건 가져가시라고 해서 고물가치가 있는 것들을 모아 놓으신 것이다.

말씀은 안 하시지만,일단 확보는 해뒀는데,부실한 핸드카로 하나밖에 없는 팔로 옮기실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셨으리라.

얼른 내 얼굴이 떠올랐겠지만,미안하다고 생각하시며 많이 망설아셨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아와 주신 아저씨가 고마워서 후닥닥 서둘러 아저씨의 작업장으로 옮겨서 쌓아드리고 오려는데,

인부들이 쓸만한 플라스틱과 목재 장식장을 내놓는다.

가져가도 되는지 확인하고 아저씨 집으로 옮겼다.

문 옆의 커다란 공구 등을 놓는 곳에 플라스틱 서랍장을 설치하고 그 안에 자질구레한 도구들을 정리해 두린다.

목재 서랍장은 깨끗이 닦아서 실내에 놓아드리려는데,헉~놓을 자리가 없다.

내친김에 툇마루에 해당하는 작은 거실 공간을 치우고,양식 등을 쌓아 놓으신 방을 하나 탈탈 털어버렸다.

 

유효기간 수년이 지나도록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를 만큼 되는대로 쌓여있는 것들을 뒤엎어서 정리하며 

바로 소비하시면 좋을 것과 버려야 하는 이유까지 설명하며 구분해 놓고,종류별로 정리를 해서 위치를 알려드리며 직접 열어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새로 주워온 목재 서랍장의 위엔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양말들만 모아 넣고,아랫 칸엔 작업용 장갑들만 모아서 넣어드렸다.

기존의 버리고 싶어하시던 서랍장까지 말끔하게 닦아서 속옷과 바지,그리고 잡화를 넣는 것으로 정해서 정리하고 알려드리니,

발디딜 틈도 없던 거실과 방안이 휭~허니 비었달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구석구석 변화된 사항들을 알려드리고,여기저기서 도와드린다고 갖다 준 것들을 그리 쌓아만 두고 썩히는 것도 그들에게 예의가 아니니

거실 정면에 진설해두고, 오는 사람들에게마다 필요한 게 있거든 가져가라며 나누시라고 말씀을 드리니 그러마고 응해주신다.

거실에 응접세트로 쓸만한 작은 협탁이라도 하나 보이거든 말씀해주시면 잘 수리하고 닦아서 설치해 드리겠노라며 

다음을 기약하고 4탄,5탄,6탄...지속적으로 살펴드릴테니 좀 더 깔끔하게 ,편안하게,행복하게만 사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좁아터졌던 집이 널널해졌고,농기구 별로,작은 도구 별로,곡식들과 생필품 별로 정리가 돼서 

혼자 사시는 데 적게나마 불편이 덜어졌다고 생각하니 내 가슴이 뿌듯해진다.

이제 남은 건 안방과 부엌,그리고 화장실 위의 장독대만 정리하면 ,이 달 말에 자원봉사단체에서 집수리를 하러 왔을 때 

조금이라도 편하게 ,조금이라도 많이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 마음이 벌써 설레기까지 한다.

 

"저...가요!"하고 퉁명스레 말씀 드리고 집을 나서니 후닥닥 뒤따라오시며 연신 고맙고 미안하단 말씀을 하시는데,

오히려 내가 몸둘 바를 모르겠어서 도망치듯 나의 성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해는 져가고 있고,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난다.

서둘러 애어건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손을 씻어서 저녁식사를 장만해 텔레비전을 앞에 하고 앉으니 

'내가 왕이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행복해진다.

갑으로 착한 아저씨도 지금까지는 도움만 받으며 살아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론 조금씩 만족하고 행복해하시며 살다가 ,행복에 겨워지면서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의 여유를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그러면 아저씨도 저처럼 '나는 왕이다!'라고 생각하며 사시다가, 배시시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며 돌아가실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