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9일,수요일- ‘4월의 찬가’ 합창
옷장을 활짝 열었다.
추운 날씨에 부지런히 ‘출동’한 터틀넥은 이제 서랍 깊숙한 곳에서 안식.
겨울용 겉옷은 먼지 털고 한데 모아 가지런히 정돈.
지난해 한 번도 안 입은 옷, 목이 늘어나고 꼬질꼬질한 옷은 의류수거함으로.
그동안 수고 많았다.
버스 앞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훤히 드러난 목덜미에서 돋아나는 샛노란 꽃 한 송이.
그리고 우리들의 작은 움직임으로
큰 기적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들.
그동안 추운 날, 포근한 날, 더운 날이 반복되자
집도 좁은데 옷장 정리가 골칫거리다.
식구 수대로 사계절 옷이 총출동해 옷장이 터져 나가겠다며 아우성이지만
겨울옷을 정리하기엔 날씨가 불안하다.
아! 아침에 두툼한 가디건 입혀보낸 남자가 생각난다.
오늘은 남편 바가지 긁게 생겼다.
인터넷 포털에서 ‘옷장 정리’ 키워드로 검색하고 있는데
휴대전화 안 받던 친구가 ‘드레스룸에서는 전화가 안 터지네…’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늘 정면만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낯선 아침 찬 바람을 피하다 고개를 숙인 그날,
발밑에는 또 다른 봄이 펼쳐지고 있었다.
길어진 봄 햇살에 내 그림자는 내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길어졌고,
보도블록을 비집고 나온 잡초마저도 봄의 주인공이 된 듯
‘초록은 동색’을 외치고 있었다.
어느덧 4월의 끝자락.
내 발 밑 개성 없는 회색빛 보도블록 위에도
봄은 찾아오고 있다.
겨울 옷, 이번엔 진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