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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대부분 무죄에도 징역 2년6월
'국정농단 방조' 직무유기 유죄가 결정적
"지위·위세 이용" 이석수 감찰방해도 유죄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국정농단을 방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22일 열린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및 강요, 직무유기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강요 혐의에 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좌천성 조치 강요 등 인사 개입, K스포츠클럽 부당 현장 실사 지시에 대해 "범죄 증명이 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혐의에서 유죄가 내려진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한 CJ E&M 검찰 고발 요구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직권남용만 인정됐고, "(공정위 담당자의) 의사결정 자유를 제한할 정도의 해악 고지,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요는 무죄로 봤다.
그간 전문가들의 우 전 수석 재판 결과의 관건으로 본 직권남용·강요 혐의가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실형을 면하지 못한 것이다.
우 전 수석의 발목을 잡은 건 결국 국민들의 진실 요구를 외면한, 즉 '국정농단 방조' 행위였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은 2016년 7월 이후부터 안종범 전 수석, 최순실씨의 비위 행위를 충분히 인식하거나 의심할 만한 명백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진상파악이나 감찰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 검토, 확인도 없이 최씨의 개인문제로 치부해 결국 직무 방임으로 인한 국가 기능 혼란과 악화를 초래했다"며 직무유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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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자신의 비위 의혹 대해 감찰 중인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직무를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 역시 유죄로 인정됐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이 전 감찰관에게 직간접적으로 민정실에서 감찰할 수 있다는 태도를 내비치는 등 감찰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며 "이는 지위와 위세를 이용해 자신에 대한 감찰을 방해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재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 역시 우 전 수석 실형 도출에 한몫했다.
재판부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관련자 진술을 왜곡해서 주장하는 등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형을 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날 남색 정장에 하늘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나온 우 전 수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재판부 선고를 들었다. 재판부가 직무유기 혐의 유죄를 선고하는 순간에는 안경을 올리고 머리를 쓸어넘기기도 했다.
우 전 수석 측 위현석 변호사는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일단 항소는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항소 이유는 판결문 검토 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