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6일-여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가을 아침은
매일 ‘오리무중’이라던가.
낮에는 맑아도 아침에는 안개가 잦은 요즘은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초가을 날씨.
헤르만 헤세는 노래했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신비하구나….’
하지만 더는 이런 낭만은 없다.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안개 속을 거닐면 호흡기만 해칠 뿐.
안개 낀 날엔 아침운동보다
저녁운동이 오히려 낫다.
일사병과 냉방병의 경계를 넘나들며
버텨 온 여름의 끝자락.
열대야로 잠까지 설친 날이면 마냥 늘어져
‘시체놀이’를 하고픈 맘이 간절하다.
하지만 방바닥과 혼연일체를 이룰수록
피로는 쌓일 뿐.
이럴 땐 ‘달밤의 체조’가 보약이다.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물 한 병 들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보자.
어느새 한결 선선해진 저녁 바람에
몸도 마음도 상쾌해질 테니.
그나저나 가을과 여름을 경계 짓는 담벼락 위에서
날씨가 갈지(之)자로 걷고 있다.
아침에 가을로 갔던 날씨는
점심에는 여름으로,
저녁에는 다시 가을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다.
여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