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갔더니 수박이 작년보다 가격이 대폭 내렸다. 수박 소비와 연관성이 큰 밤기온이 낮은 것도 큰 원인이다. 작년에 수박 하나 사먹으려고 손을 덜덜 떨며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했던게 생각난다. 먹어보니 달고 참 맛나다. 당도가 높아 그야말로 꿀수박이다. 이렇게 양호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아 농민들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고 한다.
어제는 무더위 때문에 찬 음식만 찾다가 안 되겠다 싶어 냉장고를 뒤졌다. 꽁꽁 언 삼치 한 마리 노릇하게 굽고 야들보들하게 살짝 데쳐낸 넓다란 호박잎, 그리고 ‘엄마표’ 된장 넣고 보글보글 끓여낸 쌈된장을 식탁 위에 가지런히 차렸다. 게다가 완두콩 듬뿍 넣은 현미밥까지. 소박한 밥상이 황무지 같은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덥고 입맛 없다고 끼니를 대충 때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 오늘부터 장마 시작이라니 모두들 우산 챙기시고, 엄마표 밥상으로 잃어버린 입맛도 찾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