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01년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 어디로 : 대전 - 진부 - 양양 - 수산 (1박) 남대천 - 양양내수면연구소 - 상운폐교 - 한계령 - 진동계곡 - 대전 - 누구와 : 초록별 가족 - 구동관, 이정선, 구현석, 구다솜
:: 수산 해변 갈매기와 사람의 발자국 ::
<프롤로그> 떠남과 돌아옴... 살아가는 일은 늘 떠남과 돌아옴의 연속입니다. 연어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기위해 남대천으로 향하며 떠남과 돌아옴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족이 연어의 회귀를 보기위해 남대천으로 떠나던 날, 남대천으로 돌아온 연어를 잡는 작업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있었습니다. 연어잡이는 양양의 내수면연구소에서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계속됩니다. 연구소에서는 연어를 우리나라의 수산자원으로 이용하려는 국가차원의 작업으로 연어를 잡아 인공 수정으로 부화시키고, 어느 정도 키운 어린 연어를 남대천에 방류하여, 방류된 연어가 바다로 나가서 자란 뒤 남대천으로 다시 회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내수면연구소에서 태어나 방류되는 어린 연어는 1년에 1,500만 마리정도이고, 그중 15만마리쯤이 남대천이나 그 앞바다까지 돌아옵니다. 남대천을 출발한 어린연어들은 북태평양의 북단인 베링해까지 긴 여행을 하는데, 그 거리가 대략 4만km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런 긴 여행을 마치고 3∼4년만에 다시 남대천으로 돌아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뒤 죽게 되는것이랍니다. 태어난곳으로 돌아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과학적 이론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신비한 일이었습니다. 남대천으로 돌아오고 있는 연어는 깊어가는 가을 잠시동안 이라도 떠남과 돌아옴, 혹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줄지도 모릅니다. 1. 여행첫날 / 양양으로 향하는길... 출발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 30분 이었습니다. 설악산과 오대산 등 강원 산골의 단풍이 절정이라고 예보된 주말에 떠나는 여행이라 혹시 차량 정체가 있을지 몰라 첫날의 일정은 느긋하게 잡아 양양까지의 이동만을 생각 했습니다. 집을 나서 막 출발을 하고 난 뒤 다솜이는 이가 많이 흔들린다며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이가 흔들리는 것은 어떤 위급한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행에 신경이 쓰일 것 같아 치과에 들러 치료를 마치고 출발하다보니 한시간 정도 지체된 오후 3시 30분 대전을 출발하였습니다. 고속도로는 생각보다는 한산했습니다. 중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연결되는 호법에서 잠시 정체가 있었지만 아주 심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한낮엔 더워 꼭 여름 같았던 날씨였는데, 강원도에 들어서며 날이 저물기 시작했고 한낮의 더위는 싹 가시고 가을 선선함만이 느껴졌습니다. 문막휴게소에서 어묵과 호떡 등으로 간식을 했는데,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잠에 푹 빠진 현석이는 먹는것보다 잠자는 것을 택했고, 그 때문에 오대산 진고개 휴게소에서도 또 한번 간식 시간을 갖아야 했습니다. 진고개 휴게소에서는 어묵과 국수, 옥수수를 먹었습니다. 한가한 주행으로 우리가 잠자리를 계획한 수산에 도착한 시간은 밥 9시가 다 되어서 였습니다. 수산은 강릉에서 속초방향으로 가다가 양양읍으로 진입하는 사거리에서 양양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수산을 숙박지로 잡은 것은 아주 작은 항이고, 민박이 가능하고, 내일 들려야 하는 양양 내수면연구소와 가깝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양양읍 입구에서 수산으로 향하며 내수면연구소와 오산 해수욕장을 지나 수산에 도착하였습니다. 작은 항구인 수산에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위치에 모텔 등 장급여관이 2채 있었지만 마을입구에 꾸며지고 있는 문화마을이 있었고, 그곳에 근사하게 서 있는 통나무 민박집 한채가 우리가족에게는 더 마음에 들어 그곳부터 찾아갔습니다. 통나무 민박집은 지난여름에는 민박을 운영하였지만 지금은 난방이 되지 않아 민박을 받을 수 없고, 시설을 좀더 가꾼 뒤 민박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꽤 쓸만한 민박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묵는 수산에서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였던 상운폐교가 가깝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통나무집 아래쪽으로 민박이 가능한 다른 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텔보다는 가족이 함께 숙박하기엔 민박이 좋을 것 같아 그곳에서 숙박하기로 하였습니다. 민박집은 작년에 지은집이라 깨끗했고, 비수기인 이유로 민박가격도 25,000원의 저렴한 요금이었습니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고 바닷가 횟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잘먹는 오징어와 몇가지 회를 곁들여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늦은 출발이었던 탓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11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잠자리를 준비하다 차에서 뭔가 가져와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가 문득 하늘을 보았습니다. 너무 초롱한 별빛이었습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현석이와 다솜이에게 별을 보러 나가자고 했습니다. 현석이는 잠자리에 들은 상태라 싫다고 했고, 다솜이는 별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솜이와 함께 밖으로 나가 별을 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밝은 별 하나를 다솜이 별이라고 붙여 주었습니다. 다른 별들에게도 아빠별, 엄마별, 오빠별 각각 정해 주었습니다. 우리가족은 그렇게 초롱한 별빛이 있는 작은 항구 수산의 민박집에서 따뜻하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