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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골인심 느껴지는 독일의 터어키장


BY kyou723 2007-08-10

어릴 적 할머니집 근처에서 열리는 5일장이 무척 정감어렸던 기억이 있다. 풋풋한 채소 등 물건과 함께 덤으로 시골인심을 흠뻑 만끽할 수 있는 기회였다. 베를린에도 이런 재래시장이 문을 연다.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서는 7일장.

내가 다니는 어학원 근처인  Snönlein 거리엔 화요일날이면 터어키장이 선다.


▲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터어키장

사실 최근 우리나라 아프가니스탄 인질사건을 보면서 머리에 두건 쓴 사람들만 봐도 왠지모르게 치가 떨렸다.

그래도 터어키는 우리나라와 형제나라라고 말은 하지만, 히잡을 쓰고 돌아다니는 터어키 여인네들이 나에겐 요즘 영 볼쌍사납다. 하여튼 탈레반이 무슬람이어서 더 그럴까. 치렁치렁 두건 쓰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인질들 생각이 나니 영 마음이 힘들다. 그래도 살아 있으니 먹어야 산다고 저렴하고 푸짐한 터어키 재래시장에 발걸음이 멈추는 건 사실이다.

외형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재래시장을 방불케 한다. 물건 사라고 외치는 아저씨들과 맛있는 과일과 먹거리들이 배꼽시계를 재촉한다.

제법 먹음직스럽고 큼직한 옥수수가 4개에 2유로(한화는 1유로에 1200원)로 제법 저렴해 얼른 봉투에 넣었다. 집에 와서 삶아내니 아이들의 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 2유로 4개 하는 옥수수

 

▲ 구입한 옥수수를 곧바로 집에 와서 삶았다. 정말 맛이 일품이다

터어키장은 파장 무렵엔 거의 떨이수준으로 판다. 아니 거저 주는 경우도 있다. 지난 번엔 우리나라 파보다 약간 큰 쪽파를 떨이로 사서 파김치를 맛있게 담근 적이 있다. 그리고 터어키 가게나 시장에서 유명한 것은 여름의 수박이다. 수박의 당도가 높아 먹는 맛이 일품이다. 크기도 커서 대부분 조각을 내 팔기도 한다. 기자는 이 터어키 수박을 먹을 때마다 고국을 생각하고 우리나라 시골의 원두막을 연상한다.

 

▲ 수박의 당도가 높아 맛이 좋다


▲ 포도가 달린 모양이 정육점 같다?


▲ 앞에 컬리플라워가 보이고, 마늘도 보이네~~

다른 과일들도 푸짐하고, 특히나 지중해의 포도를 연상케 하는 아름드리 청색포도는 씨도 없어서 먹기에 편하고 달작지근한 게 그만이다.  이외에도 외국인들에게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향수제품들도 시장에 출현한다. 기자는 평소에 한국에 있을 땐 향수를 즐겨하지 않다가 이곳에 와서는 불가피하게 향수를 쓰게 되었다. 혹시나 그들에게 이방인처럼 느껴질 냄새가 날까 노파심이 나서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늘이 들어가는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아무리 양치를 잘해도 몸에서 풍겨난다. 그런데 어쩌랴. 내 민족의 고유의 냄새인데 몸냄새까진 막을 수 없지 않는가. 그들에게도 특유의 냄새가 나기에 SameSame이 아닐까.


▲ 너무 저렴한 향수? 샤넬도 보이고~~


▲ 정말 맘에 드는 디자인은 없었던 가방가게

재래시장을 가면 어린 날 할머니 손 잡고 명절음식을 사러 가는 것처럼 들뜬다. 터어키장은 내손을 잡아줄 따사로운 할머니 손은 없지만, 흥얼거리며 즐길 만큼 재미는 쏠쏠하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작은 동경과 설레임이 있어서일까.

그 어린 날의 구수한 맛은 없지만, 이색적인 감흥이 느껴지는 곳. 그래도 터어키장을 다녀온 날 밤은 언제나 어린 날의 꿈을 꾸곤 한다. 무언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박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