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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통일 한마당 펼쳐지다.


BY dongsil112 2007-08-28

 
"곡성 통일 한마당" 펼쳐지다
 
 말복과 광복절이 갓 지났다. 더위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한풀 꺾이리라. 지난 2007년 8월 17일 저녁 자연 속의 가족마을인 전남 곡성에선 "통일 한마당" 행사가 펼쳐졌다. 작열하는 태양도 한 숨 돌리는 시각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제법 선선하다. 해마다 통일을 기원하는 행사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지만 통일은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보도가 그나마 반갑다. 일제36년간의 치욕적인 역사의 굴레에서 겨우 벗어나 해방의 기쁨도 얼마 못누리고 또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야했던 그 숱한 날들. 몸으로 겪어보지 못한 세대는 차마 모르리라고 우리 부모님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렇다. 어찌 알까? 그 시절  고단했던 삶의 여정을 우린 박완서님의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와 같은 류의 서적들이 아님에야 .....
 

 
 남녀노소 손에 손을 잡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나선 저녁나들이는 참으로 보는 이도 흐뭇하다. 이제 막  한 발짝 두 발짝 떼면서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 방학을 맞아 엄마 손잡고 나선 학생들, 입시 지옥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파 외출을 단행한 수험생들, 운동복차림의 부부, 지팡이 짚고 갑갑한 방구석에서 잠시 바깥 바람 쐐러 나온 우리 어르신들........ 사람들이 모이면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오고 먹거리 볼거리 장터가 행기게 마련. 이날도 어김없이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바이킹이 아이들을 유혹하고 야광장난감들이 인기를 누린다. 한 쪽 구석에선 아저씨들이 술판을 벌리고 지나가는 지인들을 붙잡는다.
 

 
 무대에선 한바탕 공연이 펼쳐진다. '1318세대'의  여중생들이 부르는 멜로디가 흥을 돋구기 시작하더니 '도깨비마을' 아이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군인아저씨 총 쏘면 안돼요. 총 쏘지 마세요.' 어린이들이 애띤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가사가 마음을 아프게 찌른다. 이어 마당극 무대가 펼쳐진다. 경남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단 '큰들문화'가 펼치는 마당극 "흥부네 박터졌네" 가 하일라이트로 청중들을 사로 잡는다. 풍자와 해학을 통한 서민들의 삶을 표현한 마당극으로 우리 옛고전 속의 인물과 사건을 빌려와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한판 마당놀이. 배꼽잡는 웃음 속에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담아낸 통일마당극인셈이다. 흥부전 뿐만아니라 춘향전, 심청전 등 여러 판소리를 한꺼번에 무대에 올렸다. 임진왜란이 나오는가하면 우정의 무대가 나오고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낭송하더니 경상도과 전라도의 지역감정을 그래며 축구공이 등장해서 월드컵분위기로 반전시키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기존의 흥부전의 끝을 이어서 역설적으로 표현한 대목들이 인상깊다. 주인공인 흥부가 구두쇠가 되면서 춘향이의 장모인 월매가 흥부의 부인으로 등장, 놀부아들이 어느순간엔 이도령으로 변하더니 심청전의 심봉사가 점을 친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각색하고 덧붙여서 새로운 마당극을 펼치니 보는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직하다.
 

 
 막바지에 박에서 나온 '우리는 하나'라고 씌여진 현수박이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디선가 풍등이 하늘높이 날아가더니 여기저기서 여러색깔의 풍등이 하늘을 수놓으니 그것 또한 볼만하다. 하루가 완전히 마무리 되는 시간. 삼삼오오 손에 손을 잡고 귀가하는 발길이 가볍다. 이날 참석했던 관중들은 아마도 잠들기 전에 마음으로나마 통일 기원을 드렸으리라.


고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