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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목소리, 독일 아이들의 뮤지컬


BY kyou723 2008-01-12

유럽교회가 점점 관광지화되고 있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왔던 말이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예수님이 태어나신 성탄절에 대한 인식도 관광상품 속에 몰락한 듯 빛을 드러내지 않는다.

요즘 집집마다 밤을 장식하는 화려한 조명이 크리스마스임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정작 그 날이 아기예수가 탄생한 날임을 기억하고 싶어하는 이는 극히 드문 것 같다.

독일어 모임에서 알게 된, 무슬람을 믿는 터어키 아줌마에게 ‘예수님’에 대해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잘 모르겠단다. 물론 마호메트를 신봉하는 탓에 일부러 모른 척 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니 정말 모르고 있는 듯하고 게다가 날 보며 가르쳐달라고 하니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너희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 해놨어?” “응,... 우리집에 아주 예쁘게 해놨지”터어키인이 대답한다.

난 곧바로 “그럼 크리스마스는 무슨 날인데?”라고 물었더니 “글쎄, 어떤 성인이 태어났다고 하던데...”라고 쳐다본다.

“그날이 바로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야..” “Ach so!!!"(아~ 그래?)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끄덕인다. 내 맘속으로 ‘헉~이 여자가 진짜 몰랐나....’ 의아해했다. 물론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한국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발렌타인데이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르고 그저 초콜릿 주는 날로 생각한 적이 많았으니까... 그 유래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고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예수님을 믿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곤 한다.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색다른 이벤트를 즐기려고 한다. 물론 예수님이 그를 믿지 않는 자들을 위해 오셨으니 믿지 않은 자들도 그날만은 즐거워하면 내심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작 그날을 알고싶어하는 이가 줄어드는 것은 슬픈 일이다.

물론 기독교 국가라는 이곳 독일에서도 그 정도는 심하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는 이곳에서 명절에 가까울 정도로 큰 축제기간이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만나 음식을 먹고, 공연을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아기예수’를 경배하는 거룩함은 조금 찾기 어려운 듯싶다. 아마도 산타클로스에 더욱 치중되었기 때문이 아닐지...우리 두 딸들에게도 성탄절에 대한 환상이 아닌 아기예수의 탄생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싶은데 그 기회가 쉽지 않은 듯하다.


 * 예수의 탄생을 미리 알게 된 양을 치는 목자들


 * 예쁜 목소리로 아기예수를 노래하는 천사들


 * 아기예수의 탄생을 보러온 목자들과 양들


 * 천사들의 노래가~~


 * 중간중간 율동하는 별들


 * 키큰 아가씨가 14살짜리 소녀


 *모두 차렷~

그러던 중 지난주 토요일에 아이들과 볼만한 의미깊은 뮤지컬을 접했다. 이날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독일교회에서 펼치는 어린이뮤지컬을 보러갔다. 이 뮤지컬은 아기예수의 탄생에 대해서 경건하게 보여준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하늘의 별과 천사들이 아기예수의 탄생을 예고하는 장면과 예수의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의 베들레헴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노래와 함께 잘 묘사해 주었다. 특히 6살에서부터 14살까지 함께 참여하는 어린이 뮤지컬인 탓에 키가 들쑥날쑥했고 노래소리도 음색이 달랐지만 나름 묘미가 있었다. 게다가 독일 전통 성탄절 메시지가 담긴 노래와 맑은 아이들의 음색이 마치 ‘비인어린이합창단원’들을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독일에는 크고 작은 종교적 축제가 많다. 그러나 그 축제 속에 담겨진 의미들을 간과하고 그 축제에만 몰입하게 된다. 특히 전설 속에서 흐르거나 실제인물에 대한 기념축제들 속에서 그 소중한 의미들은 퇴색된 채 어두운 동굴에 갇혀있는 듯하다. 현대를 알아가기 위해서 축제 속에 깃든 과거의 의미들을 되새김질하는 것, 그것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아닐지....요즘 우리들이 필요한 공부일 것 같다.


박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