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통제영이던 이곳은 곳곳에 숨쉬는 충무공의 흔적들로 찾아가는 발걸음이 그저 분주하기만 하다. 이른 아침 둘러본 명정동에 위치한 충렬사(사적 제 236호). 충무공의 업적을 기리는 위패를 모셔놓은 사당으로 임란이 끝난 7년후인 1606년 선조 39년에 7대 통제사 이운룡이 왕명으로 세웠고 1663년 현종께서 현판을 사액하셨다. 명나라에서 내린 팔사품도 보관되어 있고 수령 300년된 동백나무도 건재하다. 아름드리 동백나무 가지 사이로 빗물 투둑 떨어진다.고령의 동백아래 잠시 발걸음 멈추고 강한루를 뒷배경삼아 기념사진 한 번 찍어주고 왼쪽으로 돌아 전시관으로 들어서니 명나라 신종이 내렸다는 8종류의 하사품 15가지가 가지런하다.귀도,장도,도독인,곡나팔 등등 찬찬히 둘러보고 충무공의 친필도 이윽하니 바라보다 외삼문,중문 지나 사당에 이르러 공의 영정과 신위앞에 향사르고 예올리며 조용한 통영의 아침을 고한다. 비에 젖은 충렬사를 나서서 당도한 세병관(국보 제 305호).어느새 말끔히 비는 그치고 후덥지근 달아오르는 공기에 가파르게 세병관 계단을 오르니 넓다란 팔작지붕이 한아름 팔벌려 맞아준다.툭트인 사방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제6대 통제사 이경준이 충무공의 전공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건물로 앞면 9칸,옆면 5칸 규모의 단층 팔각지붕으로 창호나 벽체없이 통간(通間)으로 규모가 웅장하다.17세기초 건축된 목조단층 건물로 경복궁 경회루와 여수진남관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물에 속한다.세병이란 두보의 시 만하세병(挽河洗兵)에서 따온 말로 '은하수를 끌어와 병기를 씻는다'란 뜻인데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전쟁에 대비하자는 속뜻이 담겨 있단다.피비린내 풍기는 살상의 무기를 은하수로 씻는다...참으로 어진 바램을 가진 객사의 이름이다. 은하를 끌어올만한 세병관 내부바닥은 우물마루이고 중앙 뒷면에 45cm정도 높이의 단을 설치하여 궐패(闕牌)를 모시는 공간을 마련했다.나 보기엔 연설하고 지휘하기에 딱 맞은 연단 같기만 하던데... 참담하게 유린당한 국토와 백성을 지켜내신 충무공께 그저 감읍하며 아픈 역사이지만 뼈에 새기며 오늘의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세병관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는 통영시 향토 역사관. 先後가리지 않고 세병관과 나란히 둘러보기 마춤하다.총2천5백여점의 향토 관련 소장 유물 가운데 약 1천여점을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다.선사,고대,중세 전시실.임진왜란 전시실.통제영 12공방 전시실.민속.일제강점기 전시실등 작은 규모지만 통영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귀한 공간이다.여기서 나는 또 탄성에 탄성을 거듭하다. 誓海漁龍動 盟山草木知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 이충무공 전서중 제 15권에 실린 '진중음(陳中吟)'의 일부로 임금의 피난소식을 접한 후 나라를 걱정하며 지으신 시이다.난중을 치열하게 기록하심,애끓는 마음을 아름다운 시로 풀어내심....얼만큼 더 공에 머리 조아리며 감읍해야할까? 그 헤아림은 가히 무량무변(無量無邊)이다. '必死卽生 必生卽死'
궐패란 무엇인가? 조선 시대,중국 황제를 상징한 ‘闕’ 자를 새긴 위패 모양의 나무패가 아닌가?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지방관원들이 궐패에 절하던 망궐례(望闕禮)를 행하였다는데 지방에선 우리의 임금과 궁궐을 상징한다고 하나 그 이면에 중국황제를 섬기는 예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유약했던 조선의 면면이 들춰지며 절로 한숨 나온다.임금의 일년행사중 정월 초하루에 종묘를 찾는것 보다 먼저 행해졌다는 망궐례.중국 천자가 있는 북쪽을 향해 절을 올리는 조선 임금의 서글픈 의식이 가슴을 짓누른다.설핏 소설 남한산성의 한대목중 인조가 청에 대항하여 남한산성에 피신해 있으며 무너진 명의황제를 향해 망궐례를 올리는 모습과 이를 내려다보는 청태종의 실소가 그려진 대목까지 떠오르니....
충무공의 수결,일심(一心)을 알게 된 것! 수결을 연습하신 모양에 공의 인간미가 물씬 느껴져 태산같은 공의 높이가 한순간은 바짝 가깝다.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아는구나."
무량을 버겁게 기리다 툭트인 바다를 바라보는 멋진 정량동 이순신공원 으로 나가본다.한산도가 길게 허리 뻗어 망망한 대해를 한뼘 뭍으로 끌어주고 장군의 동상은 바다를 가리키며 호령하신다.
가벼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必死의 정신이 멸실된 이시대에 꼭 필요한 말씀이 아닐까? 공의 품처럼 넉넉한 해안을 거닐며 내내 생각하였다.
김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