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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륜구동차는 눈길용이기만 할까요?


BY 미개인 2018-03-11

트럭캠퍼용 트럭을 4륜구동으로 마련할 계획인데. . .

오지를 다닐 수도 있어서. . . ^~^

 

*4륜구동, 정말 겨울철 지나면 하등 쓸모없을까?

나윤석

 

4륜구동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계륵인가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어제 오늘 여기저기서 폭설이 온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지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제 4륜구동의 계절이 지나가는구나’

 

하지만 이것이 사실일까요? 질문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자면 일단 겨울철이 4륜구동에게 유리한 계절이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3계절에 4륜구동은 불필요하다는 역설도 사실일까? 이게 바로 질문입니다.

 

일단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현실을 알아봅시다. 필요하다면 찾는 고객들이 많아졌을 것이고 반대로 필요하지 않다면 줄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늘어나고 줄어들고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요즘은 4륜구동을 선택할 수 있는 모델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승용차들도 너도나도 4륜구동을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SUV의 약 7할 이상이 앞바퀴 굴림이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승용차는 4륜구동을 갖고 싶어지고 SUV는 4륜구동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홀가분해지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심리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거기에는 논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승용차의 경우 4륜구동 방식이 적극적으로 적용되는 대상은 고출력 – 고성능 모델과 후륜 구동이 주류인 프리미엄 브랜드들입니다. 짜릿한 맛과 궁극의 조종 감각을 원하는 스포츠 카에게는 고출력 후륜 구동이 더 어울릴 수 있습니다. 특히 트랙을 공략하는 성격이 더욱 또렷한 부류에게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단 안전과 안정감이 더 중요한 세단이 400마력을 아주 쉽게 넘어가는 고성능 시대에서는 후륜 구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는 스포츠 카들 가운데에서도 GT 성향이 높은 모델들은 4륜구동을 적극적으로 채용합니다. 포르쉐의 718 계열은 예리하고 경쾌한 조종 성능을 위하여 후륜 구동만을 제공하는 반면 911 계열은 고성능 모델일수록 트랙 머신에 가까운 GT3 / RS 계열을 제외하고는 모두 4륜구동이 제공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의 모델들이기 때문에 4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올라가는 가격과 떨어지는 연비를 감수할 수 있는 고객들이 많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고출력 모델은 4륜구동이 추가되어 무게가 늘어나더라도 접지력 향상이 주는 혜택이 더 큽니다. 타이어가 견디지 못하고 접지력을 잃어버리는 브레이크 아웃 현상을 늦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로백이나 코너링 한계가 더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SUV들은 도시형 크로스오버 모델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전의 정통 SUV보다 흙을 밟을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어떤 통계는 SUV의 95%가 평생 한 번도 오프로드를 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SUV가 도시의 일상생활용으로 변신하면서 이전에는 SUV에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4륜구동 시스템의 존재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일반 승용차의 시장을 대폭 잠식하고 있는 중소형 크로스오버 SUV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일반 승용차보다 높은 SUV의 가격이 부담입니다. 따라서 4륜구동 시스템을 제외하면서 가격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도 아주 현실적인 시장 공략 방법입니다.

 

요즘 뜨거운 소형 SUV 시장에는 아예 4륜구동을 선택할 수도 없는 모델들도 많다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시형 SUV들이 주로 사용하는 2리터 미만의 엔진들의 경우는 가솔린 / 디젤, 터보 적용 여부에 상관없이 4륜구동의 무게 및 저항 증가가 성능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보통입니다.

 

게다가 각종 주행 안정 장치들의 출현으로 일상생활에서는 4륜구동의 필요성이 점차 작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ESC나 VSM 등의 주행 안정 프로그램들이 차량의 움직임을 안정시키고 EDL과 같은 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가 한쪽 바퀴만 헛도는 일을 최대한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접지력의 절대적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만 4륜구동의 큰 접지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도심의 일상생활용 차량에서는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두 바퀴의 접지력을 잘 다스리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출시되는 크로스오버 SUV들 가운데에는 두 바퀴 – 대부분 앞바퀴 – 굴림인데도 랜드로버나 지프 모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지형 대응 프로그램을 갖춘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위의 분석을 바탕으로 4륜구동이 필요한 경우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출력 모델인 경우 (400마력 이상인 세단은 거의 무조건, 300마력 이상도 권장) :그러나 날카로운 조종 감각을 중시하는 순수 스포츠 카나 마초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머슬 카의 경우는 후륜 구동이 더 적합할 수 있음. 그러나 위험은 오너의 선택.

 

2. 자신이 고속 순항형 드라이버인 경우 :속도의 관성이 만들어내는 힘도 엄청나기 때문에 추가의 주행 안정성이 위험한 상황을 피하는 최후의 무기가 될 수 있음.

 

3.중부 지방 이북에 거주하며 주거 지역이 도심을 벗어나거나 산에 인접한 경우 : 눈은 물론 비, 낙엽, 흙 등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좀 더 안전할 수 있다.

 

4.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운전자 : 도로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으므로 4륜구동이 주는 주행 안정성은 사고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보험이 될 수 있다. 사고가 난 다음에 처리해주는 자동차 보험보다 훨씬 나은 보험이므로 약간 추가되는 기름값은 괜찮다.

 

하지만 4륜구동도 결국은 땅에 닿는 것은 타이어입니다. 따라서 계절에 맞는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겨울철 4륜구동 차량이 출발은 잘 할 수 있습니다만 잘 멈추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동은 결국 타이어의 접지력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4륜구동 차량이 겨울철에 대형 사고를 더 일으키기도 합니다. 다른 계절에도 타이어의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 하면 4륜구동 차량의 무거운 하중이 더 큰 관성으로 작용하여 타이어에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4륜구동, 고성능 시대에는 좀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명한 선택지는 여러 곳에 있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