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 농축산물이 급증하면서 수입 농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얼마 전 문제가 된 멜라민 사건, 석면 탈크 사건, 중금속 사건, 방부제 사건 등 인체에 해로운 저질 농식품이 수입돼 유통됨에 따라 국산 농축산물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가파른 국제곡물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으로 수입 밀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밀의 가격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높아져 우리 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추세에 따라 현재 자급률이 0.5%에 그치고 있는 국산 밀의 자급률을 2017년에 10%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그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를 살펴본다.
농촌진흥청이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1971년에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를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주곡인 쌀을 자급한 해가 1977년이다. 당시만 해도 쌀과 함께 우리의 주식으로 각광받던 작물이 바로 밀이었다.
쌀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소비가 많았던 곡물이다. 넓은 들녘에 넘실대던 밀밭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밀에 대한 수요가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우리 국민의 밀 수요는 엄청나다. 사실 필자도 어린시절 국수와 수제비를 거의 매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나라에 외국 밀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6·25전쟁 직후인 1954년부터이다.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미국의 농산물수출원조법에 의해 많은 양의 미국 밀이 무상으로 국내에 제공됐다. 전쟁 후의 폐허 상태에서 이뤄진 미국의 밀 무상 원조는 우리 국민에게는 생명 줄과 같았다. 당시로서는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밀가루 음식에 익숙해 질 무렵에 미국은 밀의 무상 원조를 중단하고, 1960년대에 들어 싼 가격에 밀을 수입토록 했다. 미국산 밀의 수입이 허용되고 값싼 미국 밀이 국내에 대량으로 들어옴에 따라 우리 밀 가격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밀 가격 하락으로 수지가 맞지 않자 국내 농민들은 밀농사를 포기하게 됐다.
그 이후 들판에서도 밀밭이 점차 사라지게 됐다. 그 결과, 2007년 말 현재 국내 밀 소비량 가운데 99.5%가 수입 밀이고 우리 밀의 자급률은 겨우 0.5% 밖에 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