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항상 그렇듯이 운전하는 제부 옆자리에 타서 경주로 내려갔다. 가는 길 희한한 구름이 보여 찍어봤다.
뭔가 SF영화에서 본 것 같은 구름이 하늘에... (창문 열 틈이 없어서 차창의 글자까지 같이 찍혔네)
할머니 묘소에 들렀다. 할머니가 묻힐 때까지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몇 년 만에 저 뒤의 산까지 깎아 빽빽하게 들어섰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넓어진 것 같은 공원묘원.
묘 앞에 놓인 꽃은 대체로 조화인데, 이것도 비바람에 낡으면 버리고 새로운 꽃을 꽂는다.
그렇게 버려지는 꽃들을 수집하는 수집통이 놓여 있었고, 그 통이 꽉 차서 밖으로도 쌓여 있었다.
하늘의 검은 점들은 까마귀떼다. 보문 가는 길에 기함하도록 많은 까마귀떼를 보았다. 고흐의 밀밭 위를 날아다니는 까마귀떼처럼 누런 잔디밭 위를 날아다니는 까마귀가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놀라서 소리지르느라 사진을 찍지 못한 전선줄 위의 까마귀떼도 있었다. 정말 한군데도 빼꼼한 자리없이 족히 1Km는 넘게 전선줄 위에 까마귀가 일렬로 끝도 없이 앉아 있었다. 전봇대 전선줄이 보통 한줄이 아니니까 두줄로 도열해 있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새들이 예전보다 부쩍 많아졌다고 느꼈는데, 경주에서 이렇게 까마귀떼를 보고, 서울로 돌아왔더니 가로수 아래, 전선줄 아래 새똥이 어지러운 곳이 한두곳이 아니었다. 정말 새들이 많아졌다. 무섭게 많아졌다. (천적이 없어져서 그렇다는 설이 있다고 들었다)
처음으로 황리단길에 가봤다. 대릉원 뒷길이 황리단길이었구나... 대릉원이 내 기억보다 많이 넓었고,
주차 문제가 심각했으며, 황리단길은 한번 가본 걸로 족했다.
오랜만에 명동쫄면을 먹었다. 줄이 길면 포기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명 안돼서 10분도 안기다려 들어갈 수 있었다. 30년 전, 20년 전 맛 그대로. 중학생 시절 이걸 먹을 땐, 서울 명동 가면 이런 쫄면이 있을 줄 알았지...
황리단길의 카페들을 제치고 이곳으로 들어갔다. 문정헌이라는 한옥 북카페였는데, 관에서 하는 곳이었다.
영수증에 찍힌 걸 보니 경주시청이라고 찍혀 있었다. 아무도 없는데 우리끼리만 앉아서 노닥거렸다.
문정헌이라는 이름의 '문정'이 바로 이곳. 우물인데, 뚜껑 덮어서 막아놨다.
예전엔 담으로 꽁꽁 막아놓았던 대릉원의 여러 부분이 철책으로 바뀌어 있어 밖에서도 무덤들이 보였다.
뭔가 발굴해서 나온 석재들을 이렇게 모아놓은 곳도 있었다.
경주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앞. 우리 예서가 숨어있어요. ㅋㅋㅋ
이번 여행에서 내가 원한 건 딱 두가지, 황리단길 구경과 바뀐 경주박물관 구경이었다. 둘 다 흡족하게 다 봤다.
경주박물관 내부에서 밖을 바라본 뷰. 아름답고나.
박물관 내부 디스플레이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늦은 오후, 박물관 뒷마당의 가짜 석가탑과 다보탑을 알현하고 숙소로 고고.
숙소 창밖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어서 감탄에 감탄을 하며 해넘이를 바라보았다.
다음날, 새벽에 오랜만에 목욕탕 가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아침 식사 후 홀로 엑스포 공원의 황룡사탑 구조물을 구경하러 나섰는데, 어찌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지, 강을 건너는 내내 양 뺨따귀를 맞는 느낌으로 걸었다. 그 와중에 황룡원은 참 웅장하고.
황룡원이 보이는 곳에 버거킹 간판이 걸려서 함께 찍어봤다. ㅎㅎ
그렇게 찬바람을 맞으며 엑스포공원 앞까지 갔으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저 구조물을 시원하게 다 볼 수가 없었다. 사진이 잘 나올만한 모든 곳에 나무를 심어놓거나, 전망대를 설치해놓거나 하여간 전경을 담지 못하도록 살뜰히도 조경을 해놓으심. 나중에 덜 추울 때 들어가서 올라가 보리라 생각하고 그냥 돌아왔다.
가로등 기둥이 첨성대인 경주. ㅎㅎ
숙소 체크아웃 후 시내로 들어가는데, 저런 광고판이 있어서 눈에 띄었다.
'땅속의 보물, 뱃속의 보물' 백자 항아리와 임산부의 배를 병치시킨 출산독려캠페인.
올라가는 길에 이모네 집에 들렀다. 조카가 이모의 그림판에 교환권을 그려서 선물함.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