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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지금까지도...


BY 현숙녀 2000-08-19


이렇게 마주할 공간이 있다는 것만도 큰 위로가 됨을 저는
믿습니다. 님의 고생과 헌신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입니다. 저는 님에게 어떤 위로나 동정의 말로도 다 채워주지
못하는 외로움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 글을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쓰고자 합니다. 고단하고 지친 삶의 무게를 이제 내려놓고
자유해지도록 노력해보세요.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 보시기를
권유하며 님을 위해서 제가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부모님은 언젠가는 돌아가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내게는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지 한숨만 푹푹 쉬며 원망도 했습니다.
그러나 곧 후회했어요. 나는 마음이 착하고 근본이 악하지
못하다고 위로하면서....

저는 80이 다된 시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결혼 10년차 8남매중
막내입니다. 누구나 그렇듯 효자인 아들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고 마음과 몸에 온갖 병이 다 들었어요. 그렇게 남편탓
환경탓만 하다가 보니 어느새 내 얼굴은 완전히 변해있음을
알았어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예전에 믿던 예수님을 더욱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도 사람들에게 위로받을려고 하소연도 많이하였지만
겪어보지 못한 이들에게서는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어요.
저의 어머님은 관절과 척추질환으로 화장실 출입만 겨우 하고
계시지요. 수술도 여러번 시도하였지만 워낙 나이가 드셔서
포기하고 지금은 그냥 그 상태로만이라도 사시다 돌아가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척주질환은요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점점
더 악화가 되지요. 대소변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환자용
기저귀를 차고도 소용이 없고 감각도 쇠퇴해지거든요.
저는 처음에 어머님의 배설물 앞에서 한없이 울었었지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거에요. 그래도 한 번 두 번 하다
보니까 그것도 익숙해지더라구요. 정신도 너무 건강하시고
식사도 잘 하시니 집에만 계시기도 답답하다 하여 어머님의
손과 발이 되어서 휠체어에 모시고 노인정으로 출퇴근을 시켜
드린답니다. 참으로 못할일이더라구요.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닌것 같은데 제게 자유가 없는 거에요. 오전11시와 오후5시
그 시간에 쫓겨 늘 마음이 불안하거든요.
그렇게 바쁜 시간중에도 저는 부지런하게 뛴답니다.
제 할일을 하면서... 님도 어려우시겠지만 잘 이겨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