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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BY 제제 2000-09-06

저는 이렇게 익명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도 참 겁이 납니다. 혹시 저희 어머니가 이 글을 보고 충격을 받으시면 어쩌나 해서요. 그래도 답답한 맘에 글을 올립니다.
저희 어머님은 나름대로 며느리에게 잘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는 분이십니다. 저 역시도 편지도 써 드리고 맛난 반찬이 있으면 만들어다 드리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처음 결혼을 했을 때 어머님과 아버님은 제가 친딸같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동안 제가 그분들에게 실망시켜 드린 것이 많아서인지 이상하게 점점 어려워지고 시간이 갈수록 낮설어집니다. 결혼 전부터 어머님은 저희 형님(참고로 딸 하나에 위로 아주버님이 있음)과 어머님의 사이가 친부모와 딸 이상이라며 자랑을 하셨는데, 결혼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그것은 어머님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요. 형님은 아주버님과 이혼을 생각했을 정도로 어머님이 싫다고 하시더군요. 아직까지도 어머님은 그 사실을 모르고 첫째 며느리는 무덤덤하다고만 생각하고 여전히 잘 지내고 계시다고 생각하시지요. 하기야 형님은 지방에 사시니까 일년에 한 두번 보고 전화로만 통화를 하니까 별 문제가 없지요.
그런데 저는 바로 코앞에 살고 있습니다.

어휴.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저희 남편입니다. 이상하게 자식들이 어머니를 싫어합니다. 남편의 경우 어머니랑 대화하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고 일단 말을 하면 반드시 싸우게 됩니다. 당연히 시댁에 갈때도 대부분 저 혼자서 가지요. 어머님은 아들에게 자신이 너무 많이 희생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아들은 그런 어머니가 부담스럽고 짜증나기만 한 가 봅니다. 둘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쩌면 저렇게 다른 이야기를 할까 싶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아들대로 외롭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며느리 앞에서 자존심 상하겠지요. 처음에는 그 사이에서 매번 중재 역할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둘 사이에 무슨 일만 터지면 모든 잘못이 제게 있는 것처럼 되어버립니다. 한두번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일을 뒤집어 쓰다보니까 저도 너무 지칩니다.
게다가 어머님은 기분이 좋을때는 저더러 딸같다고 하시는데 지금까지는 무조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이젠 조금 화가 나려고 합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무조건 좋은 이야기만 해야 하고 지금까지 친정에도 3번 밖에 못다녀 왔어요. 어머니랑 신랑 사이에 다툼이 있더래도 어머님 앞에서 어머님 아들은 너무하다는 이야기도 못합니다. 그런 말은 자기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생각하거든요. 친정에 가는 문제는 사실 별다른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은연중에 눈치가 보여서 못가겠습니다. 결혼 하면 친정은 잊고 살아야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하시거든요.

한때는 남편이 밉기도 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시댁에 노력을 해도 남편이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어쩌다 불평을 하면 자기 엄마랑 어울리지 말고 네 맘대로 하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만 합니다. 처음에는 고생모르고 자라 철이 없어 그런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남편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지나친 어머니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현실도 모르면서 고집부리며 충고하시는 어머니 때문에 짜증이 나나보죠. 모든 자식들과 심지어는 큰며느리까지 그러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몇달째 자신의 집과 인연을 끊고 있는 지금 혼자서 더 이상 노력하는 것이 힘이 듭니다. 남편은 지금이 훨씬 더 편하다고 하고,
어머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고,
혼자도 노력해봐야 아무것도 돌아오는 거 없이 모든 게 내 잘못으로 뒤집어써고....

정말 할 말은 넘넘 많지만
다음에 쓰겠습니다.
두서없이 쓰다보니 구체적인 이야기는 못한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