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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보내면서...


BY 막내며느리 2000-09-13

나흘만에 느끼는 나홀로의 여유가 참 좋아요.
지난 몇일 마음을 비우고 시댁가서 열심히 일하고 어젯밤에 친정갔다가 우리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몸에 피로가 쌓여 여기저기 쑤시고 결리고 아파서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 배웅도 제대로 못했지요.
지금 입안에 혓바늘이 돋아 뭘 먹기도 사납고 하루종일 아가랑 뒹글뒹글 거리다가 저녁나절에야 일어났지요
시댁이라면 이렇게 한가하게 뒹글거릴수는 없을 거예요. 그쵸?
시어머님께서 우리 신랑한테 그랬대요
"경아가 있어서 이번 추석을 수월하게 잘 보냈다. 고생 많았다"고.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감사하죠.
사실 이번 추석에 큰형님이 애들이 감기로 아프다고 내려오지 않으셨거든요. 그래서 손위동서랑 사흘내내 서서 일했거든요.
일 중간에 잠시 쉬다가 어머님한테 혼나기도 했고, 형님이랑 한방에서 자면서 시어머님 흉(?)도보고, 내려오지 않으신 큰형님도 씹으면서, 한가하게 TV이나 보면서 깔깔대는 남편과 말다툼하다보니 나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더군요.
결혼하고 직장다닌다고 아가 때문에 일년정도 시댁에서 같이 살아서 시부모님은 저를 부담없어라 하시지만 전 갈수록 어려운게 시댁이더라구요.
우리 어머님 공부하시는 시아버님께 시집와서 시어머님 두분과 시아버님 층층 시누이 종가집 큰살림 다 맡아하시면서 베인 생활습관때문에 처음에 같이 살면서 저 정말 숨막히는줄 알았어요.
하루종일 일하시고 초저녁에 잠깐 조시고 새벽까지 일하시고 또 새벽에 일어나 일하신다면 여러분 알만하시죠?
생각해보면 참 가엾으신 분이죠.
어머니와 같은 시집살이를 저에게 강요하시는 분은 절대 아니지만 때때로 마음아플때도 많이 있었죠.
예를 들면,

원래 아침을 거르던 버릇때문에 아침식사를 조금밖에 안하는 저에게 "남에집 며느리는 밥 잘먹고 일잘해야 한다"고 하실때,

시아버님이나 남편이 퇴근하면 하루종일 일하느라 얼마나 힘들겠냐고 하시면서 저에겐 '얼마나 피곤하냐'고 한마디 안물어보고 저녁 늦었다고 빨리 밥하라고 하실때,

우리 아가가 싸남을 피우거나 고집을 부리면 "우리 아들들은 다들 순하디 순한데 누굴 닮아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실때,

저도 가까이에 살면서 하느라고 하는데 남에집 며느리 오버해서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실땐 참 많이 서운했어요.

지금도 그러시지만 일일이 다 되새기면 기분상하고 답답하지만 어려운 시절을 힘들게 살아오신 어머니를 이해해 드릴려고 노력한답니다.

현대를 살아온 우리세대들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당신이 사셨던 그 한많은 세월 조금이라도 우리에게 보상 받고 싶으신 거라 생각하면 미워하는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시부모님이 꼭 며느리에게 서운함만 주시는 분은 아니잖아요. 반면에 고마우시고 그분들만큼 따뜻하신 분들도 없는것 같애요.
시어머님에 대해서 조금만 마음을 여시면 어떨까요?

여러 동지 여러분!
추석 친정에도 가지 못하시고,
넘 열심히 시댁에 봉사하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어요.
스스로를 향해서 칭찬해주세요.
고생 많았다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