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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냉전중


BY 비온뒤 2000-09-15

안녕하세요? 온다고 하던 태풍은 오는지 마는지 창 밖에는 비만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새벽 2시 15분. 잠이 안와
컴퓨터를 켜고 잘 와보던 이곳엘 들어왔어요.
평소에는 엄두가 안나 남이 쓴 글만 읽어보고 나갔는데 오늘은
용기를 내어 적어봅니다.
남편과 나는 요즘 냉전 중이랍니다. 이유는?
이유는 단 하나[우린 늘 이것이 부부싸움의 원인이랍니다]
잠자리를 거부했다는 것이지요.
애들 앞에서 언제나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 자신이 많이 참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단 한번의 거부도 그에게는 자존심의 상처가 되고 용서가 안되는 모양입니다.
이 일 빼면은 그는 아무 것도 흠잡을 것 없는 모범가장입니다.
간혹 시집형님에게라도 흉을 볼려고 하면 `그만한 사람없다. 행복한 소리하지 말아라`가 3초내로 ?K아집니다. 남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평소에는 주말이면 점심, 저녁을 자기가 다 맡아하고
애들 숙제도 봐주고, 막내딸 과자도 곧잘 사들고 오는 훈훈한 가장인데, 오직! 오직 그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완전히 헐크로 변해 버립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잠자리를 한다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 몸을 파는 창녀와 다른 것이 무엇일까요?
여자도 컨디션이 있고 마음이 있는 인간인데, 싫으면 싫다고 할 수도 있는 거고, 좋으면 더 열심히 할 수도 있는 건데 왜 이 사람은 그 기준을 자기에게만 맞추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는 4일째 거실에서 홑이불 달랑 들고 자면서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답니다. 그냥 나 혼자 안방에서 잘려니 마음이 안좋아 방으로 와 자라고 했더니 끄떡도 않습니다. 돌부처처럼. 거실에서 자는 것이 무슨 독립운동이라도 하는 것같습니다. 자기 전까지는 컴퓨터 붙들고 네오바둑을 두면서! 담배를 아주 고통스런 표정으로 피워대면서! 애들이 떠들기라도 하면 아주 험상궂은 표정으로 "얌마! 시끄러"하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요.
언제까지 이런 일이 계속되야 하는 걸까요?
남들이 성격차이로 이혼했다고 하는 것이 알고 보면 다 이런 데서 그 원인이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