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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잘했져?


BY 마미 2000-09-15

저는 이번에 결혼해서 처음 맞는 추석이었죠.
추석전날 온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시아버님 왈 "니그들은 이번에 차도 안가져 왔슨게
친정에는 가지 말어라" 하시는거예요.
차가 오래된거라 고장이 잦아서 열차를 타고 갔거든요.
다른 형님들은 모두 자가용을 타고 왔구요.
평소에 시아버님이 무서우신 분이라 모두들 얘기도 잘
안하시고 같이 안있으려고 해요. 저는 결혼한지 얼마안되서
어려워하는건 당연하구요.

근데요. 전 순간적으로 용기가 생기더라구요.
이대로 주저앉으면 안되겠다 싶은게 평소 말도 없던제가
아버님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얼른 말했지요.
" 아버님 저 결혼하고 나서 저희 부모님 한번도 못찾아
??어요. 저희 친정엔 내일 오후에 찾아뵙는다고 미리 전화
드렸어요." 이렇게요.
그랬더니 아무 말씀 못하시구 헛기침만 하더라구요.
잠시 분위기도 썰렁~

사실 다른 형님들은 다들 친정에 가는데 차가 없다는
이유로 친정에 못간다는게 말이 됩니까?
괜히 잡아둘려는 심산이죠.
저도 말하고 나서 깜짝 놀랬슴돠. 평소 말도 없고 목소리도
작은제가 어디서 그렇게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얘기할수
있었는지... 아마도 아줌마 닷컴의 몫이 컷으리라 짐작이
가네요. 추석전부터 친정에 못가는 며느리들의 한숨섞인
푸념을 들으면서 전 무슨일이 있어도 제 몫을 찾아야겠다고
벼르고 갔거덩요. 그래서 그런지 아버님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슴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더라구요.

친정에가니 저희 부모님들이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만약
안갔더라면 울엄마 아빠 우실뻔 했지 뭐예요.
추석날 아침먹고 점심때쯤 서둘러서 시댁을 나왔지요.
양손에 선물을 들고 직행버스 타고 또 버스타고 몸은 좀
고단했지만 마음은 하늘을 날듯이 기뻣지요.

아마 다음부터는 그런 엉뚱한 이유대며 저에게 그런소리
못하겠지요? 사실 우리 남편 저한테 친정에 당연히
가야지 하면서도 그날 시아버님 말씀에 암말도 못하더군여.
남편이 용기가 없으면 저라도 나서야죠. 안그래요?
저희 형님들 얼마전까지만 해도 명절날 친정가기
힘들었다면서 저한테 대견하다고 하더군여.
말도 못하고 쑥맥인줄 알았더니 다시 봤다면서요.
후훗~~ 저 정말 잘했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