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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며느리들 당당 하자구요.


BY 아름아움 2000-09-15


그 뜨겁던 여름의 기세도 어느듯 물러나고 비가 오는 탓인지
밤에는 약간의 난방이 필요한 계절입니다.

추석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종가집 맏며느리자 외며느리입니다.
추석 연휴전날 대전을 출발하여 오후 3시에 밀양 근처
시댁에 도착하여 허리 휘도록 음식 준비하고 추석을
보냈습니다. 우리 남편요?
2000년 첫 추석도 아주 즐겁게 보내더군요.
제가 시댁으로 오는 길에 2000년에는 평등한 추석을 보내자고
그렇게 힘 주어 강조 하였건만.
어떻게 보냈나구요?
3시에 시댁에 도착한 남편은 의기 양양하게 아이들은 나 몰라라
하고 계 모임이 있다고 휙 나가더니 글쎄 새벽 두시에 들어
오더군요. 아주 기분 좋게. 저는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감기라도 들까 아이들 이불 덮어 주고 하느라 선잠을 자고.
추석 대사를 앞두고 부인들에게 힘을 줘도 될까 말까 한데
자기만 신나게 즐기다 온 남편이 너무 미워요.

사실 부인들 퇴근도 휴가 하루도 없는 사람들 아닌 가요?
명절이면 더 힘든 직업이고. 남편들의 도움이 없이는
평등한 명절은 있을 수 없어요.

아무튼 저는 시댁에서 제가 할 일을 다 하고 차례를 지내고
나면 인사드리고 당당하게 저의 친정으로 갑니다.
저 시누이들이 6명입니다. 그래도 저는 그 정도면 제 할 도리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명절날에는 시누이들을
만나지 못하죠. 저의 친정은 부산이거든요.

명절때 시댁에도 인사 드리듯 친정에 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입니다.

우리 며느리 여러분 우리는 제 할 도리를 다 하고 당당 합시다.
부엌에서 열심히 일 했으면 부엌에서 서성거리지 말고
시댁 식구들과 당당하게 어울립시다. 이 때 남편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긴 해요.

시대가 이미 2000년입니다. 우리들이 먼저 구태를 벗어 던져야
해요. 저의 남편은 저랑 동갑인데도 명절에는 구태 그 자체
입니다. 수고하는 부인 다독거리고 아이들 봐 주면 우리들이
힘이 날 텐데. 저는 이 부분에 있어 큰 소리가 나더라도
남편에게 투항할 생각입니다. 남자들을 위한 명절은 결코
아니니깐요.

명절 그 우울을 털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 왔습니다.
어제도 남편에게 다짐을 받았죠. 거의 악으로.
다음에는 절대 이런 불평등한 명절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우리 남편이 그러더군요. 너는 참 당당하다고.
제 할 일 다하고 당당하니 할 말이 없다구요.

며느리들 주눅들지 말고 당당합시다.
며느리라는 자리 의무와 권리가 동시에 있는 자리 입니다.
우리 권리는 우리가 당당하게 행사함으로서 찾아 지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