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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결혼을 후회하는 남편


BY 슬픔 2000-09-16


남편...
제가 너무 많이 실망시켰나봐요.
그 사람이 제게서 떠나가려고 해요.

차라리 화를 내면 이렇게 막막하지 않을 것을...
잘못했다는 내 말에
한숨을 쉬며...

"이젠 잘못했다는 말도 지쳤다."

"잘하고 잘못하고가 무슨 소용이니...이제 와서...."
...

결혼 괜히 했다 싶대요.

남편...
제겐 너무 과분한 남편인데
반대로 남편은
제가 성이 차지 않았던 거예요.

아...
무를수만 있다면..
결혼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 때문에 덜 행복해하는 사람이랑 같이 사는 고통.
겪지 않아도 될 것을.
남편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고통을 주는 게 무척 괴롭네요.

나...
이게 내 모습이예요.
더 이뻐질수도 없고 갑자기 더 늘씬해 질수도 없고
갑자기 능력이 생겨서 돈을 잘 벌 수도 없고

아...
이 못되고 게으른 성격 확 뜯어 고쳐서
효부에다가 살림꾼 아내라도 되면.
아쉬운대로 좋으련만.
이 나쁜 습관도 쉽게는 안 고쳐지네요. 아쉬운대로 노력은 해 보지만.

결혼 하고 운 적 있지만
회한에 찬 남편의 말을 듣고는 울음이 안 나오대요.
너무 막막해서요.

이제서야
슬픔이 느껴집니다.
나..
이제 앞으로 어떡하지?

이제서야 눈물이 나옵니다.
이렇게 못난 내 모습.
그래서 사랑도 못 지키는구나...

바꾸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아..
노력 중이예요.
그런데 정말..
너무 너무 어렵고 힘들어요. 나를 고치기가..
너무 너무 힘들어요.

지금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네요.
다만...
사는게 너무 겁이 날 뿐.

우리 아이들 때문에 내 자리는 지켜야겠고
아...
지금의 기분이라면 그냥 눈감고 영원히 깊은 잠에 빠졌으면 해요. 내세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한 줌 흙으로 사라져버릴 수만 있다면...

매일 무심한 목소리로 집으로 전화하고
애들이랑 깔깔거리면서 목욕하고
우리 데리고 여행가던...
아.
그 사람이 이 사람 맞나 싶어요.

나와의 결혼을 덜 행복해 하는 이 사람.
정말 이 사람 맞나?

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해 주던 그 사람 맞나?

시간이 좀 흐르면
마지못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겠죠.
그래서 다시 우리를 데리고 여행을 가고 애들이랑 목욕하고 나한테 칼국수를 해 달라고 하겠죠.

나...
직업을 가져야겠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일을...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다시 내 일을 해야겠어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준비를 해서...

나..
의지가 약해서 남편이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전화하면 금새 매달리고 말거예요.
그리곤
다시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가겠죠.

울면서 이 글을 쓰던 이 순간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내 목숨과 바꾼다고 생각하면 못 할 일이 없다고 그러더라구요.
만약 의지가 약해지면
다시 와서 이 글을 읽어 볼 거예요.

자, 봐.
이게 네 현실이야.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