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28

(응답) 작은며느리님 글에 대해


BY 하나 2000-10-04

속상하시겠군요
읽다보니 저도 속상하군요
저는 맏며느리지만
늘 구석에 있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해도 끝이없고
늘 부족하고......
항상 시부모님 기대에 못미치는 며느리였으니깐요
내가 뭐가 부족해서 고양이 앞에 쥐처럼 절절매며 살아야 하나?

정말 이 결혼 지울수만 있다면 지워버리고 싶었고,
자를 수만 있다면 남편 만난 그 시점부터 잘라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우고 싶다고 해서 지울수도,
잘라버리고 싶다고 해서 잘라버릴수도 없는게 현실아닙니까?
지금 생각해도 그 길고 긴 터널을 어떻게 혼자서 버터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슴속은 항상 용강로처럼 끊어오르는데도,
항상 웃어야 했고,
공손해야 했고,
순종해야 했습니다.
남편에게 얘기하고 싶어도
부모자식간 형제간 이간질 시키는것 같아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습니다.
눈물이 솟구칠때마다
이를 악물었고
참을 수 없을 때는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울어야 했던.....
그렇게 하라고 누가 시킨것은 아닙니다.
그냥 내 생각에 당신들이 알아주지 못하면 하나님이 알아주시겠지.......하고 선반 악반으로 생활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의 그렇듯이
같이 공존하는 자식보다는 떨어져 사는 자식걱정에
한숨쉬는것을........ 부모님의 심정이겠죠.

그러난 세월이 흘러
지금은 결혼한지 만 16년이 되었습니다.
16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니깐
그렇게 몰라주던 남편도 알아주고
시부모님을 비롯해, 시댁식구 전부가 알아주더군요
그렇게 인색하고 쓰기 아까워했던 단어들......
수고했다. 애썼다. 고맙다.......
그 한마디 듣기가 이렇게 힘든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혼자 상처보듬어 안으며 가슴아파했고
울어야 했던 지난 날들이..........
이젠 웃으면서
빛바랜 사진바라보는 느낌입니다.
자식키워보니깐 부모님심정 어렵풋이 이해하게 되었고,
참고 살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군다나 작은며느리입장에서 보면 힘드시겠죠
형님네 애들 키우는게 쉬운일이겠습니까?
내자식도 힘들고 어려운데.....
지금 걷고 계신길 정말 아무나 할수 있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교가 없으시다면 종교를 가져보십시요.
조금의 도움은 되실겁니다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조금더 세월이 흐르다보면
작은어머님에 대한 고마움 조카들도 알것이고
부모님이하 형님네 내외분도 그 고마움 모르겠습니까?
그걸 몰라준다면 사람이 아니겠죠?
언젠가는 당신의 그 착한고 고운마음이
빛을 발한 겁니다.
힘내십시요
아울러 상처받지 않고 잘 극복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