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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도 없고 말도 없고 벽같은 남편! 참고 살수가 없군요.


BY 한마음 2000-10-10

저 무지 답답합니다. 세상에 말할 사람 하나 없고 오로지 컴퓨터만이 저의 대화 상대군요.
결혼한지 7년 아들 둘에 회사 잘 다니는 남편 그리고 새집도 있고 걱정하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남편과 같은 직장, 같은 사무실에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우리 지역이 적자라 돈 벌어 적자 메꾸고 집안살림도 도맡아 했구요. 잠도 못자고 아이도 고생시키면서 일했는데 둘째 아이 낳고나니 나가라고 하더군요. 이 직장은 대학시절부터 뜻을 같이 했던 사람이 모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만든 곳입니다. 저도 15년 이상을 한뜻으로 살았고, 직장에서 몸 받쳐 일했는데 나가라니. 믿었던 배신감과 더불어 여성이라고 차별하는 곳에서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버티지 않고 반강제로 밀려났습니다.
한 일년간 살아온 인생이 허망한데다 산후우울증까지 겹쳐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남편에게라도 얘기하고 싶었는데 남편은 남보다도 못하게 대했습니다. 얘기하면 그저 텔레비젼이나 보고 간식이나 먹고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 제 분에 못이겨 두어번 쓰러지기도 했는데 쓰러진 부인을 그냥 팽개쳐둡디다. 남이라도 정신을 잃은 사람을 보면 도움을 주는데 남편이 이럴수가. 저를 집에서 키우는 거북이 만큼도 대해주지 않더군요.
지나온 세월의 허망함이나 직장에 대한 배신감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우울증도 다 나아갑니다. 하지만 남편의 몰인정한 태도로 인해 저도 남편에 대한 감정이 얼음처럼 차가워졌습니다. 그전 부터 부부싸움도 하고 사이가 나빴지만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습니다.
남편은 한달에 20일은 자정 넘어 새벽녁이 되어야 들어옵니다. 늦는다는 연락은 당연히 안하고요. 주말에 겨우 들어와서는 잠자는 것이 전부입니다. 말이라고는 배고프다가 전부입니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아빠를 좋아라 하는데도 마지못해 겨우 반응을 하는 정도입니다.
당연히 부인인 저와는 한달동안 몇 마디 나눌까 말까합니다.
같이 회사를 다닐때도 회사직원 다 아는 일을 나만 모르고 있어서 민망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어요.
어제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왜 말을 안하는지. 전혀 감정도 없이 왜 이혼을 하지 않는지 물었습니다.
그 대답이 저를 더 기막히게 합니다.
예전에 아플때 냉정하게 대한 것은 '미안하다. 나는 원래 냉혈한이다' 이게 대답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말은 왜 안하는지 나는 타향에 와서 친구도 없고 답답하고 부부가 일상적인 인사라도 해야 할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집에 오면 스워치가 꺼져서 입이 저절로 다물어지는데 어떻게 하냐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잘할테니 그만하자고 합니다.
얘기 좀 나누자고 하면 한두마디로 끝내고는 달라지기는 커녕 더 늦게 들어오고 외박까지 합니다. 그냥 마음 내키면 설겆이나 빨래를 널거나 하면서 말입니다. 하루이틀 그러다가 다시 말없는 벽으로 돌아갑니다.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다른 집도 말 안하고 사나요. 그냥 아이 봐서 남처럼 한집에서 별거하면서 사나요. 말하고 살자고 하는 제가 문제가 있는 여자인가요.
왜 결혼했냐니까. 그냥 그때는 좋아서 했는데 생각도 안난다는군요. 결혼했으면 그냥 사는 거고 자기는 잠자고 먹는데 방해하지 않고 아이만 잘 건사하면 상관이 없다는 군요. 부인은 그저 아이 보육하는 것 그리고 파출부 역할만 잘하면 이혼할 생각도 없다고 합니다.(저는 아이 키우고 집안 살림을 잘은 못해도 열심히 하는 사람입니다. 반면 남편은 내가 아이 키우는 것, 집안살림 돈쓰는것 그 무엇하나 간섭하지는 않아요. 그것 하나는 좋지요) 그리고 직장에 다시 나가면 아마 다 해결될 것이라고 합니다. 남편은 전부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다 잊어버렸나 봅니다.
어제 처음으로 이사람은 그저 먹고 자고 아이만 키우는 것이 부인역할이라는 말에 더 이상 말도 하기 싫고 갈라서고 싶습니다.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이제 냉정하게 더 이상 살기 어렵겠구나 싶군요. 이조시대도 아닌 21세기에 저는 현모양처도 아니고 제 인생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결혼생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남처럼 그냥 살아야 하나요. 남편 없다 생각하고 살다보면 나아질까요.
저는 적어도 남편을 존경하지는 못해도 이해하고 좀 친구처럼 지냈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옹다옹하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늙어서 외롭지 않게 살고 싶은데 남편은 벽과 다름없으니. 제 시부모님은 거의 부부간의 대화도 없고 젊어서는 부부싸움도 안했다는데 요즘은 거의 말도 없이 남남처럼 사십니다. 저도 늙으면 남편과 그렇게 살것을 생각하면 정말 갈라서야 할것 같습니다.
답답하고 답답할 뿐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