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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무능력해 보여요...


BY 허무 2000-10-10

처음부터 우리 양가는 너무 달랐다...그러나 그냥 사랑으로 다 극복되리라 믿었다...그렇다고 우리 집이 대단한것도 아니고 그이의 집이 아주 형편없는 것은 아니므로...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고 짜증이 난다...내 달라진 생활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도 많이 해 보지만 쉽지가 않다.

내 남편과 나는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 일류는 절대 아니지만 웬만한 학교다. 나의 남편은 별로 취업준비를 열심히 한 편이 아니었고 별볼일 없는 곳에 취업했다. 그래도 우리 홀어머니는 당신의 외아들이 무슨 대단한 인재인냥 착각하시지만...
내 친정 식구들은 모두들 좋은 직장을 다닌다. 퇴근도 어찌나 빠른지...우리 신랑은 항상 10시 11시가 기본이다. 일요일도 자주 출근하고 토요일은 물론 없다. 앞으로 얼마나 회사가 클지 모르지만 그이는 너무 힘든 회사생활에 지쳐간다. 그곳은 항상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 그이도 요즘은 그만두고 싶어한다. 난 임신중인데 말이다.

아직 새댁인 나는 결혼하자마자 시댁에 돈해드리느라 손에 돈한푼 쥔 것이 없다. 거기다가 풍요롭게 자란 나는 그다지 아끼며 살림도 못하다가 얼마전 정신을 차리고 신랑도 좋지않은 회사지만 인정을 받아 월급이 꾀 많아져 이제 좀 모으는듯 싶었다.
그래서 운전학원에 그이를 등록시키기로 했다. 친정차로 편히 다녔는데 결혼을 하고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너무 짜증이 났다. 내 친정자랑이 아니라 내가 적응하기다 힘들다는 것이다.
시댁에는 갈때마다 자야하여 항상 옷을 싸들고 가야하고 명절이나 기타일로 짐이라도 많을때면 정말 혼자 붐비는 차안에서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야한다. 배불러서도 그렇게 버스타고 다니기 싫었고 더군다나 애까지 낳아 안고 홀어머니 뵈러 다니기도 싫었다. 남편이 바빠 항상 나 혼자 다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전학원을 등록하려했는데 신랑이 잠시 그 돈을 빌려달란다. 회사에서 잠시 운용해 쓴다구...이런일이 처음은 아니었고 가지고 있던 몫돈을 몽땅 그이에게 주었다. 그이는 자신의 입지를 상당히 중요시해서 그런 일에 토다는거 조차 싫어한다. 그렇게 해서 얼마안되는 모은돈마저 사라지고 배는 점점 불러와 빨리 운전학원을 등록해 빚을 내서라도 중고티코라도 사야하겠는데 그 놈의 회사는 돈을 주지 않는다. 월급이 미뤄진 적도 몇번 있지만 그렇게 개인돈을 가져가 종종 이러는데 너무 미치겠다. 분명한건 신랑이 유용한게 아니란건 내가 안다. 정말 웃기는 회사다.
배가 불러 보따리 안고 시댁이나 외출하기도 싫고 허구헌날 친정도움 받기도 싫다. 우리가 다닐때마다 친정식구들은 차로 데릴러 오고 데려다 준다. 좀처럼 사위 흠 잡지 않고 그냥 내 딸을 위해 뭐든 좋게 생각하는 친정엄마도 요즘 젊은이들 차는 있어야지...너무 불편하다고 하신다.

시어머니는 경제력이 없으신게 아니다. 오히려 몫돈도 조금 있으신데 도움을 주시긴 커녕 돈 쓰게만 안해주시면 감사하다. 우리가 그 동안 드린 돈도 결혼 1년에 500은 되었는데 운전학원비라도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그이는 어머님께는 아쉬운 이야기 하기도 싫어한다...효자니까...

너무 힘들게 일하는 남편...불쌍하기도 하지만 왜 그것밖에 안되느지.... 물론 여기 실직한 남편으로 맘고생 하시는 거에 비하면 위기감이야 덜하지만 언제 나도 그리 될지 모르겠다.

내 작은 집에서 같이 살자는 홀어머니가 갑자기 이렇게 미울수가 없다. 돈욕심이 많은 그 분은 당신 사시는 집 팔아 현금으로 돈놀이를 하실 요량으로 지금 우리집에서 사시잔다. 돈밖에 모르는 그 분...삶의 교양이란 사치라 여겨 참 건조하게 사시는 그분...난 정말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아기가 생긴 지금 정말 이런 맘 먹으면 안되는데...아기를 갖고 마냥 행복해 하기엔 현실이 너무 갑갑하다. 늘 갖다 주시기만 하는 친정...보답도 못하고 구질구질한 내 삶이 창피하다. 외동딸에 막내라 참 예뻐해 주셨는데...
시댁도 너무 짐스럽고...신랑의 불안정한 직장이 짜증나고...허구헌날 바쁜 그이가 불쌍하기도 하지만 나의 의미를 모르겠다. 너무나 힘든 홀어머니 모실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때는 어찌 살런지...
그냥 푸념을 떨어 스트레스를 풀도 싶었는데...정말 탈출하고 싶은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