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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쓰는 문제 고민하던 주부인데요...


BY 합가앞둔 며느리 2000-10-18

여러분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의견이 분분하셔서 정말 어찌할지 모르겠네요...
다들 현실적으로 홀어머님이 작은 방 쓰시는게 좋지만 몇분은 무리없는 생활을 위해 양보하라고 하셨구요...침대를 접으라는 분까지...
근데..전 침대생활을 쭉 해 온터라 어머님 모시기 위해 바닥에서 자야되기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제일 신경쓴 좋은 침대인데 그걸 구석에 놓고 바닥에 자지는 않을겁니다. 차라리 마루에 혼자 놓고 자던가...히히
만약 처음부터 제가 들어가는 거였다면 당연 저희가 작은 방 쓰겠지요..그랬다면 제가 그렇게 친정엄마 힘들게 살림해오지 않아도 됐을꺼구 작은방에 맞추었겠죠.

신랑더러 이야기는 떠봤어요. 길이상 10자짜리 장은 도저히 작은방에 들어가지 않고 그렇다고 안방에 놓자니 우리가 너무 불편하지 않겠느냐구요...사실 우리 신랑이 평소에는 제게 잘하는데 어머님만 결부되면 눈에 불을 켜는터라 말꺼내기 너무 조심스러웠는데요..이런 현실이 너무 속상해 또 글 올립니다.
난 앞으로 누가 뭐래도 가장 힘들어 질텐데...신랑 눈치보며 이야기를 꺼내야 하다니... 어머님이 애써 키운 자식이 아닌 멀쩡한 남의 자식인 내가 가장 애쓰게 생겼는데 왜 이리 당당할 수 없는지...

어머님은 좋아하시죠. 새물건 쓴다며 너무 좋아하시는데 그 모습이 왜 그리 미워보이는지...아직 작은 냉장고에 낡은 살림 쓰시면서 딸에게는 그 누구보다 잘해보내시려던 엄마 모습이 ...엄마에게 효도하는 길도 내가 잘사는 길이니 많은 부분은 양보하자고 다짐을 하지만 왜 끝도없이 나만 양보하고 이해해야하는건지 모르겠어요...

돈도 있으시면서 이사시 한푼 쓰지 않으려고 벌벌떠시는 어머님을 뵈면서 약이 올라 어머님께 쇼파하나 사달라고 하다가 된통 욕만 먹었어요.
사실 저희 쇼파는 작고 신혼부부용이라 이제는 가족용으로 큰 가죽소파를 놓으면 거실이 보기 좋겠다 싶어서 말씀드린거죠...일부러 제가 비꼬아서요..'어머님, 다 제가 해온 새 물건들로 채울텐데...어머님이 쇼파 하나만 놔주시면 보기 좋겠어요...작은건 큰 거실엔 그렇고 작은 방으로 옮기구요. 형님 드리던가' 생전 처음으로 흑심을 담고 용기를 내어 말씀드렸는데 울 어머님이 넌 그렇게 돈이 많냐며 난리가 나셨고...처절히 깨졌습죠...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더군요...원래 다혈질...

워낙 드세셔서 앞으로 뭐든 좌지우지 하시려 할텐데...어찌하면 좋을지...시집온 첫날부터 애낳아도 한번 안아줄 힘 없고 살림도 몽땅 너 혼자 하라고 하신 분이니 이제 저는 파출부로 살아갈 날만 남았나 봅니다.

이그..신세타령 하고 싶지 않았는데...결국...하지만 여기 아니면 이렇게 이야기할 곳도 없네요...남편도 그저 피한방울 없는 남일 뿐이고 어머님을 위해서 결혼한거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