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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 저에게 귀하신 조언을 한마디.....


BY 공주 2000-10-19

나이는 아줌마나이인데, 아직 결혼은 안했으니까 우기면 아가씨도 되는 아줌마입니다. 몇달 후에 결혼이라는걸 하기로 했는데, 이 결혼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아줌마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제가 잘못된것이라면 욕하지 마시고 좋은말로 지적을 좀 해주세요.

제 약혼자는 저와 동갑인데, 참 좋은 사람이예요. 몇년을 사귀어 왔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큰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그 사람이 아니고 그 사람의 부모님이예요.

제 친구와 저는 둘 다 전문직을 가지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별 불편이 없어요. 그렇다고 삐까뻔쩍하게 잘산다는것이 아니고, 둘이 열심히 일하면 남에게 별 아쉬운꼴 보이지 않고 살수있다는것이죠.

근데, 친구의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버는 능력만 없는것이 아니고 쓰는 능력은 철철 넘쳐나고 있어요. 시아버지되실 분이 쥐꼬리만큼 버시는데 (빚은 용머리만큼 있고), 아주 잘 살고 계십니다. 벤즈를 몰고 방 4개짜리 좋은집에서 두분이 살고계시죠. 그 돈이 다 제 친구의 월급에서 나오는거예요. 덕분에 제 친구는 그야말로 빠듯하게 살고있구요.
어제는 시어머니되실분때문에 열이 무척 많이 올랐었는데........ 초호화 결혼식 페케지 정보를 들고 오셨더군요, 제 직장으로요. 거기서 결혼식을 하래요. 생각같아서는, 천원 한장 주실겁니까? 내가 봉으로 보이십니까? 하고싶었지만, 차마 그 말을 못했어요. 그러면서, 결혼후에 어디서 살꺼냐고 물으시길래, 지금 남자친구가 살고있는 월세집 (방 두개)에서 계속 살것이라고 했더니, 거기는 너무 좁으니 넓직한 집으로 이사를 하라시거든요.
....... 그야말로 뚜껑이 열리고 코에서 김이 펄펄 나오는데, 그냥 비시시 웃었읍니다. 생각같아서는 --어머니가 그러고 사시니까, 오늘날 그 빚을 지고 계신것이며, 며느리될 저를 괴롭히시는것 아닙니까? 이 인생낙오자야.-- 라고 하고싶었지만, 차마 못했습니다.

제 친구는 자기 엄마가 철이 없어서 그런거니까 참으래요.

결혼을 하면 한달에 얼마. 라는 식으로 친구와 합의는 봤습니다. 물론 좋아서 본건 아니고 할수없이 합의 본것이지요. 그 금액이.... 왠만한 월급장이 월급은 되고도 남습니다.
전 제 친구가 제 뒤로 몰래 삥땅을 쳐서 자기 부모에게 갖다 바칠까봐 불안합니다. 전 그 꼴은 못봅니다.

전 제 친구와 저, 두 사람이 결혼해서 우리의 가정을 만드는것이지, 제 친구의 가정에 제가 끼어들어갈 생각은 추호에도 없어요. 그 집안으로 시집을 가는것이 절대 아니고, 우리 두사람이 같이 사는것이 제가 생각하는 결혼이예요. 제 친구도 제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어요. 진심으로 동의를 한건지,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를 한건지, 그 점에 대해 분명한 동의도 있었구요. 다만, 부모 사정이 딱해서 도와준다라는것이 합의인데.

친구부모님이 저에게 참 잘하기는 잘하는데, 돈생각만 하면 정이 뚝뚝 떨어집니다. 고지식한 저의 아빠는 도리어 제 친구가 책임감 강한 착한 아들이라고 칭찬이십니다. 그리고 제가 악질이래요. 저희 엄마는 제 입장을 안타까와 하시면서도 --그럼 아들있는 부모는 다 죽으란 말이니?--라고 하십니다.
전 시부모님께 구박을 맞아도 좋고 (물론 무시를 할것이니까), 시집식구들이 뒤에서 제 흉을 본다든지 정신적인 스트레스 주는 것은 괜찬습니다 (이것도 물론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니까). 뜯기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뜯겨도 정도것만 뜯기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벌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은것이 흉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저랑 제 친구랑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고 싶지, 분수도 모르고 낭비를 하는 노인네들을 위해 노동을 할 생각은 없어요.

전 제 친구가 참 좋거든요. 그 사람과는 정말 결혼하고 싶어요. 근데, 그 부모님때문에 이렇게 열을 받아서야........ 제 남자친구가 불쌍해요. 부모는 뜯어가지, 약혼녀는 이를 갈지.....

혹시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아줌마들.... 저에게 좋은말 좀 해주세요. 어떻게 해야할지..... 마음을 다르게 먹어야 할지.... 이 결혼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지....... 참..... 마음이 찹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