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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 남편, 나, 그다음 시어머니....


BY 당돌녀 2000-10-24

제목이 엉뚱하죠?
전 누가봐도 무지한 맘고생인 시집에 시집간 고생하는 불쌍녀예요.다들 안됐다고 하시죠. 친정아버진 속상하셔서 그만살라는 말도하셨구요. 솔직히 그말씀 들을때는 눈물나면서 위로가 되지만
눈물닦고 나면 제정신으로 돌아오죠.
그만살면 친정아버지하고 둘이서 평생 같이 살수도 없는거구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나가면 갈곳이 없어요.
친정어머닌 돌아가셨고 아버진 칠순의 연세고 형제들은 모두
딸들이랍니다. 그것도 여섯명씩이나.
이래저래 갈곳도 없고 나름대로의 위안거리를 만들다 보니
위에 말이 생각났어요.
음, 시아버지는 남편한테도 큰소리 치시고 저한테도 큰소리
치시고, 어머니한테도 큰소리 치시니까 1순위로 하자.
어차피 식사도 제일 먼저 하시니까.
그다음은 나하고 어머니한테 큰소리치는 남편이구
부부는 나란히 가는 평행선이라니까 난 남편과 동격이고
어라, 결국은 시어머니가 제일 꼬랑지가 되네.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맞는것도 많더라구요
처음시집갔을때 어머니가 과일꺼내서 닦아주시면 전 조신히
앉아 이쁘게 과일?A고, 어머니가 물 끓이시면 전 역시 앉아서
커피잔에 커피나 담고, 배추꺼리 마당에 다 내놓으시면 붙어
앉아 겉절이감 노란속이나 꺼내고, 버무리실때 장갑 끼워드리고
더 넣으라는 양념이나 건네고 김치통이나 가져다 드리고
아~ 저의 중요한일이 빠졌네요. 김치간 보는거.
물론 열심히 간 보지만 제 실력은 거의 없죠.
"어머니, 맛있어요" "아니, 간을 보라니까" "그냥, 맛있는데요"

어느덧 애엄마 됐잖아요. 그때도 어머니 꼬랑지셨죠.
밥먹을때 어머니가 애업고 나가시고 제가 먼저 먹죠.
제가 먹어야 애도 먹일거 아니에요.
식구들 다 먹고나면 그제서야 어머니 포대기 푸시고 남은찬하고
만 드시고, 애는 꼭 먹으면서 잘려고 하다보니까 좀 앉아 있어야
되고 어머니는 그릇 담가놓는꼴을 못 보시니까 얼른 설겆이
하시고.
명절때 음식 준비하잖아요. 어머니 담당은 식혜, 물김치, 만두
겉절이, 삼색나물, 탕국 이구요, 제 담당은 과일씻기랑 부침개
부치기(물론 동서랑 같이 히히낙낙 해가며), 끼니때 밥차리기
예요. 3년째 변동없죠.

이정도면 시아버지,남편,나, 그다음 시어머니 맞죠.
다들 시어머니가 위에만 계시려고 해서 문제잖아요.
뭐라 마무리를 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에구에구 글쓰기 너무 어렵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