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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또 들렀네요.


BY 희망 2000-10-24

평소엔 잊고 지내다가 속상하고 답답할 땐 이 곳이 생각나고 그래서 들르게 되네요. 긍정적으로 살자고 나 자신을 사랑하자고 무수히 다짐을 하지만, 그게 왜 그렇게 어렵고 힘든지요.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고 모두 제 욕심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들 뿐이예요.
그 동안 잘못 살았나봐요. 나 힘들고 외로울 때 내 편 들어주는 사람 하나 만들어 놓지 못했어요.
믿었던 남편마저도 마찬가지네요.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래도 남편만은 내 마음 헤아려 주고 이해해 준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았어요.
저는요, 한 번도 나 자신을 포기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질게 나 자신을 주장했던 적은 없어요.
어렸을 적에는 리더쉽 있고 독립심 강했는데, 저희 어머니가 제 그런 점들을 참 많이 억눌렀어요.
지금은 앞자리보다는 뒷자리가 편하고 되도록이면 남의 눈에 안띄는 게 편하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남에게 내 걸 다 빼앗긴다는 생각에 억울해 하고 괴로와 하고.
친정이나 시댁이나 다 마찬가지예요.
전 애 낳으면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야 할 거 같아요. 제 시중 들어달라고 마음 편히 맡길 사람이 없어요.
친정 어머니, 자기 불행에서 헤어나오지 못해서 몸부림치고 있고, 시어머니, 그냥 말래요. 더 얘기해서 뭐하겠어요.
20대 후반,30대 초반을 다른 사람들 뒷바라지하느라 다 보냈어요. 하지만 내게 돌아오는 건 한없이 작고 초라한 모습뿐.
세상 참 우습죠. 거짓말 밥 먹듯이 해가면서 자기 꺼 챙기는 사람에게는 나쁜 일도 생기지 않더군요. 좋은 일만 생겨요. 그걸 보고 배 아파하고 화가 나고 나 자신에 대해 허무해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너무 비참해져요.
몸 고생, 마음 고생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어요. 인생 길게 살아봐야 안다는 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세상이 동화 속에서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착한 사람(?) 복 받고 나쁜 사람(?) 벌 받게 되는 그런 단순한 세상이 아니잖아요.
자꾸 옹졸하고 삐뚤어져 가는 나 자신의 모습이 비참하게 느껴져요.
이런 수렁에서 헤어 나오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요.
누군가 그동안 많이 애썼다, 수고했다. 그런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준다면 이렇게까지 비참하진 않을 거 같아요.
지금 너무 힘들고 외로운데 그런 소리 한 번 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동안 전 정말 잘못 살았나봐요.
정말 잘못 살았나봐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많이 잘못한 건 없는데요. 남에게 나쁜 짓 한 적도 내 꺼 챙기느라고 거짓말한 적도 없는데요.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잘 모르겠어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적으로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