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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BY dungji 2000-10-24

오늘은 왠지 가을이 보고싶어 북한산엘 갔어요. 사실은 왠지가 아니고 이유가 있지요. 자식이 무엇인지 제가 원하는 만큼 제 아이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지요. 게다가오늘은 결혼 기념일인데 18년동안 즐거웠던 일도 많았을텐데 왜 이렇게 슬프고 서운한 일만 떠오르는지요. 가을 단풍이라도 보려고 산엘 올랐는데 예쁘게 물든 단풍잎이 오히려 샘나고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는데 비까지 내려서 더욱 마음이 가라앉더라구요. 나이가 들면서 아내의 생일,결혼기념일 등에 무감각해지는 남편이 야속해지더라구요. 철없던 시절의 꿈처럼 살진 못하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위로해주고 따듯한 한 마디를 기다렸는데......남편, 아이들 뒷바라지에 나의 푸른 시절은 지나가고 생의 가을을 맞이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 슬퍼요. 드라마처럼은 아니라도 왜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잡고 서로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표시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중년을 맞이하는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려고 하지만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은 어쩔수 가 없네요. 이곳도 권태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어르신들 효도 관광은 많아도 저같이 40대 후반의 여인네들을 실고갈 버스는 보이지 않는군요. 하루만이라도 가정일에서 벗어나 나 자신만을 위한 하루를 보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