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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우리모습


BY 순수 2000-10-27


나는 아이들을 싫어합니다. 입을 헤 벌리고 코며 침을 찔찔 흘려대지 않나, 그 더러워진 얼굴을 내 어깨에 부비며 "업어주세요"라고 요동을 칠 때면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질겁하는 것이 바로 나입니다.
나와 한 핏줄인 조카라도 어린애는 어린애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 찔찔이 조카 진수가 손을 잡아달라는 것도 뿌리친 채 시선을 피하여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진수는 끙차끙차 하며 창가 턱까지 힘겹게 올라오려고 했지만 더러운 뭐가 묻기라도 할까봐 돕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수네 엄마, 즉 언니가 눈을 흘기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창가에 앉혀주었습니다. 진수는 바깥세상이 마냥 신기해 보였나 봅니다. 작은눈을 휘둥굴리며 바라보던 진수는 참새들이 마당에 앉아 파닥파닥 날개짓을 하는 것을 보더니 얼른 팔을 잡아끌며 이러는 것이 었습니다. "이모, 이모! 새들이 덥다고 부채질해, 새들이 덥다고 부채질해!"
피식 웃음이 나오는 한편 어린 조카의 재치에 감탄을 했습니다.
'조그만게 부채질도 알아?' 라는 생각이든 것이죠. 이내 "목욕하면 시원할 텐데..." 라며 참새들에게 안쓰러운 눈?뼈?던지는 진수의 표정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부러웠습니다. 있는 그대로로 바라볼 수 있는 그 순수한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