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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당당해지기 위해서..2


BY 맘 착한 여자 2000-10-27

결혼해서.. 처음으로 남편과 심하게 다툰일이 있었습니다.
늦은 밤시간이라 그랬는지..아랫층에 사시는 시아버님께서 저희 싸우는 소릴 들으셨던가 봅니다.
남편은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가고.. 잠시 후에 현관문이 열리면서 시아버님이 들어오셨습니다. 그때 시간이.. 제 기억으론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뭣때문에 밤늦은 시간에 난리들이냐?"하시며.. "여자가 남자한테 큰소리하는거 아니다! 들어오거든 그냥 조용히 재워라!"하시고는 나가시더군요.
굉장히 불쾌하고 황당했지만.. 암것두 모르던때라 그냥 참았습니다.

다음날..
오후 서너시쯤 됐을까.. 시아버님께서 갑자기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오시더니만 "늬들 나좀 보자"하시곤 내려가시더군요!
이미 저희 부부는 화해를한 상태였고.. 주말이라 모임이 있어 외출준비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부랴부랴 내려갔더니만.. 채 앉을 사이도없이 호통부터 치시는겁니다.
"늬들이 그럴려고 결혼했냐? 그렇게 싸우고 그럴걸 뭐하려구 죽자사자 해가면서 결혼했냐?"하시는겁니다. 뭐 거기까진 그러려니 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어른들 모시고 살면서 큰소릴 냈으니까요..
그런데 다음에 들려오는 황당무계한 소리..
"나두 며늘아이 맘에 드는거 하나두 없다. 다소곳~하게 아버님, 아버님하고 따르기를하나.. 살림을 잘하길하나.. 위에 올라가보면 청소상태도 엉망이고.. 그래도 싫다소리 한번 안하고 참고산다. 가끔씩 크게 잘못하는게 있으면 앉혀놓고 차근차근 가르쳐야지..그렇게 막무가내로 큰소리 친다고 고쳐지겠냐"하시는거있죠!

도대체가..싸움의 내용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당신 맘속에 있던 불만들을 토로하시더라 이겁니다.
한시간이 넘도록 장황하게 설교를 늘어놓으시더니만.. 심지어 막판에는 '삼강오륜'에 대해서까지 논하시더군요!
묵묵히 듣고만있던 제남편.. 도저히 안되겠던지..중간에서 말을 끊고는 상황을 대충 정리하고서야 자리를 모면할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시아버님께 정이 가질 않고.. 그나마 있던 정마저도 뚝 끊어져버린게 말입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남편과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는데..저는 화가 나면 표정에 나타납니다.
그걸 시아버님께서 눈치채셨던지..저녁 설겆이를 하고있는 저를 불러서 앉혀놓으시곤 또 꼬치꼬치 캐물으시는겁니다.
끝끝내 대답이 없자.. 나중엔 화를 내시더군요!
"무슨 일인지 몰라도.. 안에서 여자가 바가지 긁는거 아니다! 그래가지구 밖에 나가서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겠냐? 왠만하면 니가 참고 그래라! 그래야 가정이 편하다"하시면서 완존히 시어른들 교과서적인 말씀을 하시더군요!
예전같으면 참았을겁니다. 참았다가 나중에 아무도 없는데서 혼자 울었을겁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버님! 이건 저희들 부부문젭니다. 궁금하시겠지만.. 이유도 모르시고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무지 섭섭합니다. 저두 사람인데요.. 참을만큼 참다가 안되니까 겉으로 표시가 좀 나는건데.. 것까지 뭐라시면 저 홧병으로 못삽니다. 살면서 부부싸움 안하고 사는 부부가 어디있습니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안면몰수하고 딱부러지게 얘기했습니다.
어찌나 황당해하시던지.. 얼굴색이 정말 하얗게 질리시더군요!
그러곤 하던 설겆이 마저하고 올라와버렸습니다.

예전같았으면 난리가나도 크게 났을 일인데..
요즘.. 제 태도가 심상치않다~ 생각하셨던지.. 몇일동안 침묵시위를 하시곤.. 시어머님과 남편만 있는 자리에서 제 흉을 보시는걸로 분풀일 하시더군요!

전 요즘 이렇게 삽니다.
이젠 예전처럼 억울한 소리듣고 혼자 찔찔 짜는일도 없고..
맘속에 하고싶은말 차곡차곡 쌓아두기만하는 바보같은 짓도 하지않습니다.
언제부턴가.. 제 자신을 찾아가면서 더 당당해지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주위 사람들도 저를 함부로 업신여기지 않더군요!
그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시아버님이었습니다.

저는 더 당당해질겁니다.
시어머님.. 시누이들.. 시집식구들.. 뭣보다고 내 자신에게요..
무럭무럭 커가고있는 제 아일 위해서라두..

담엔.. 시누와 있었던 일도 올려볼께요! 시간이 나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