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13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BY 미운시누 2000-10-31

정말 기도 안차서 말이 안나옵니다.
일전에 시누가 갑자기 애를 안봐준다고 해서 글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여러 선배님들 조언 정말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9개월 된 아이를 남에게도 맡기기 싫었고, 그래서 제가 휴직계를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보다 못한 친정엄마가 결국 당신의 일을 정리하시고, 아이를 맡기로 했습니다. 말이 휴직계지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여자가 휴직하는 것이 법으로는 정당하다 하더라도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고 하시면서요.
남편은 직장이 가깝다는 핑계를 대지만, 워낙 효자라 빚만 가득한 어머니를 차마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에 시댁에 남아 있는걸 저는 잘 알고 있죠. 졸지에 우리는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친정에서 아이를 맡아 주면 상식적으로 친정가까이에 방을 얻어 분가 시키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닐까요. 그것도 시댁에서 아이를 못보겠다고 엄포를 해놓고서 말입니다.
아들 붙들고 계시는 시어머니나 엄마 생각에 자기 욕심 차리지 못한 남편이나 차라리 눈에 안보이니 맘은 편합니다.
제가 주말에는 아이 데리고 시댁에 갑니다.
시어머니, 남편의 일주일동안 입었던 옷들. 부엌은 부엌대로 방은 방대로 엉망진창인걸 보면 순간 막막해집니다. 시누는 일주일 동안 뭘하는지 원래 깔끔한 성격이지만 자기 맘 안내키면 그렇게 손 하나 까딱 안한답니다. 집은 온통 난장판입니다.
시어머니는 아들 끼고 살고 싶으시면 엄마로서 자식에게 기본적인것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들 반찬 신경써주는 것은 커녕 당신 일주일 신은 양말에 속옷까지 쳐박아 놓은걸 보면 어느 며느리가 기분 좋겠습니까.
일주일 만에 남편 만나서 신혼 기분 즐기고 싶지만 그럴 시간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뭐 파출부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 살림이라는 욕심도 안생기고 해서 그 일을 다 해내면서도 결코 좋은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다음날 직장으로 시누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짜고짜 주말에 집에 오는 이유가 뭐냐고 묻더니, 자기 깔끔한 성격 알면서 이따위식으로 해놓고 가느냐고 하더군요.
설사 잘못된게 있더라도 그런식으로 이야기하면 안된다 싶어 저도 말대답 했습니다.
저 나름대로 한다고 했고, 주말에 가서 제대로 한번 앉아 있지도 못했다고 ...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지금 시누한테 대드는 거냐고 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계속 당했습니다. 그래도 시누인데, 지금 감정에 내 할말 다하면 뒷감당 못할 것 같아 목까지 끓어오르는 말들을 많이 참았습니다.
전화 끊으면서 이런식으로 할거면 주말에 오지말라고 하더군요.
주말에 일부러 자리 피해줬는데, 이제 부턴 일부러 있겠다나요.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참고로 말하면, 자기네집 형편때문에 아직 결혼식도 못올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