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젠가부터 전 행복이
TV 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제 눈동자에서도 행복이 보입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 일들만 생길 수가 있는지
그렇게 늦게 오던 버스도
어느새 내 앞에 와 어서 집에 가
전화를 기다리라는 듯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 보고 느끼라는 듯 감미로운 사랑 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읽어보고 따라 하라는 듯 좋은 소설이나 시집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을 때 문득문득 불안해지곤 합니다
사랑하면 안 되는데
또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와 어쩔 수 없이 일찍 들어간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 전화기만
만지작 만지작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되는데
감미로운 사랑 얘기를 테마로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게 되면 안 되는데
읽을 만한거라곤 선물 받았던 책..밤새도록
뒤적이며 울고 또 울게 되면 안되는데
입을 맞추고 싶다가도
손만 잡고 말아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