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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섯살에도 눈물이 나옵디다


BY 청루 2000-11-01

오늘부터 전국적으로 인구통계조사가 시작되었죠?
저는 그 조사요원인데 오늘 하루 겨우 다녀보고 너무 속상해
하소연도 하고 또 여러분들도 혹 저같은 사람 만나면 다정하지
는 않아도 가슴에 상처는 주시지 말라고 말씀드리고자 들렀습
니다.

이곳은 새벽부터 비가 내리더니 종일 그치지않고 우산을 쓰자
니 일하는데 조금 불편할만큼의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평소 친분도 있고 그댁에서 물건도 산만큼의 친분이 있던 집이
였습니다.
그댁은 표본 조사구역이다 보니 사실 질문사항도 많고 깊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문할때부터 (오전에 길에서 만나 미리 뵙겠다는 부탁을했었음) 얼굴을 펴지않으시더니 어느 질문사항에 이르러서는
돈받고 뭐하러 이런일을 하고 다니느냐, 대답하기 싫다,곁에 있는 아들(고3)에게 니가 얘기해줘라, 세금이나 많이 받으려고 이
런거하지 느그가 밥을 먹여주느냐, 하는등의 서서 듣고 있기엔
너무 자존심상하게 막말을 하시면서 이나마도 아는 사람이기에
가능했다고 선심쓰듯 말했습니다.(금새 잊어먹어서 다 옮기지도 못함)
사실 그집을 돌아서 나오는데 많이많이 서러웠습니다.
그리고 아는 후배집에가서 그냥 주체하지 못하고 울어버렸습니다.

물론 살다보면 힘든일, 그래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어놓고 해야 할일들 참 많겠죠
하지만 오늘 제가 어이없이 당했던건 저의 부족함 때문이었나요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한분은 단감을 두개 가방속에 꼬옥 넣어주시면서 애쓴다고 몇번씩 말씀하시더만 아직도 젊은 그분은 앞으로 어떤 모습들을 이웃에게 남기면서 세상을 살아갈까요

이곳에 오시는 여러분 국가에서 실시하는 이일이 생활에 조그만 불편은 드릴지 모르지만 제발 인구조사 요원들 세끼 밥이 없어 나온 분들은 아니니 인격적으로 대해주십시요.
참고로 이조사는 절대비밀입니다.
그것을 지키겠다는 서약서도 썼어요.

비온날 비맞고 설움 당한게 서러워 그냥 두서없이 하소연겸 당부드렸습니다
클릭하신 모든 분들께 행운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