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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마음


BY 눈물 2000-11-02

오늘도 답답하고 죽고싶은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멍하니 있습니다.
제 얘기를 보시고 한심하달 분도 계시겠지만 그저 쏟아 놓고만 싶은 제 심정을 헤아려 주시길 미리 부탁드리겠습니다.

벌써 결혼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저처럼 어처구니 없는 결혼을 한 사람도 있을까요?
부유한 중산층이던 저의 친정은 저의 대학 졸업과 동시에 부도로 거의 길에 나앉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친구분의 도움으로 겨우 지하에 방을 얻어 살게 되었지요.
저에겐 그당시 대학 1년때부터 사귀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아인 저에겐 너무나도 헌신적이었고 저도 너무나 그아일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집이 그렇게 되고 보니 7년을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 집에 말도 안되게 기우는 우리집이 제 자신이 싫었어요. 참 한심한 생각이지요. 그아이의 집에서 이런일들을 알게 되는게 싫었습니다.
저에게 너무나도 헌신적이던 그아이를 정말로 사랑했건만 전 너무나도 못나고 무엇이 진짜 중요한 것인지 모르는 바보였습니다. 그저 내 자존심 때문에 모든 일을 그르친것 같아요.

이렇게 얘기하면 안되지만 남편은 여러모로 그 아이와 비교한다면 그저그런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그러나 절 너무나도 좋아하더군요. 또 몰락한 우리집과 비교해도 별로 나을것도 없는게 맘 편했습니다.
그당시 전 뭐라도 붙잡고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회사로 수시로 걸려오는 빚쟁이들의 전화, 수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가며 부모님의 빚을 막아야 했고, 출장중에도 돌아와 은행에서 내이름으로 대출을 받길 원하시던 부모님. 벌레와 쥐가 있는 지하방.
정말 전 딱 죽고만 싶었어요. 그러던 중에 지하방에서의 화재 사고로 몸에 화상까지 입었습니다. 아직도 그 흉터가 남아 있구요.
아버지는 그일로 폐인이 되다시피 하셨습니다.
워낙 속물이던 저는 조건을 최우선시 해서 사람을 만났지만 그땐 상대가 누구든 그저 붙잡고 빠져나가고만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남편이 다가온거구요.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그렇게 결혼하게 되었지요. 부모님은 당연히 말리셨어요. 그치만 전 그런 부모님이 그당시는 날 그 생활에 가두려는 사람들로 보이더라구요. 정말 나쁜년이었지요.

그저 착하기만한 남자친구는 매몰차게 떠나는 날 길에서 눈물 흘리며 무릎을 꿇고 잡았지만 전 그땐 눈에 보이는게 없더군요. 모든 상황이 싫었으니까요. 아직 학생인, 게다가 언제 될지 모르는 고시를 준비하는 그 아이도 원망스럽기만 했구요.
남편은 저에게 감당못할 정도로 사랑을 표현했고 전 그저 이정도로 좋다라고 두눈을 감았습니다.
남편 집에서는 결혼을 너무도 서둘렀습니다. 두달만에 결혼했으니까요.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남편이 우리집이 대단한 집안인양 얘기해 놓았더군요. 금방 탄로날 일을...곡기까지 끊고 말리시던 부모님도 결국은 결혼을 허락하시고 빚을 얻어 절 결혼 시키셨지요.
결혼전 전 여러가지로 결혼을 물리고 그 아이에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왜인지 아세요?
그 당시의 제 생각엔 벌써 친구들에 집안 어른들에 인사까지 다 하고나서 파혼한다는게 망신스럽고 소위 혼사길이 막힐까봐 였습니다. 네 전 아무래도 병신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런 한심한 이유로 결혼을 하다니...
지금은 정말 발등을 짓찢고만 싶군요.
남편은 결혼에 성실했지만 왠지모를 컴플랙스로 늘 저에게 작은 일로 심하게 화를 내곤 했습니다. 제가 자길 무시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정말 그랬는지도 모르고 잘못된 일이겠지만 여러모로 말도 안 통하고 전 남자친구와 은연중에 비교가 되는 남편이 솔직히 싫고 한심해 보이더군요.

게다가 남편과 다투던 중에 우연히 내가 다니던 회사의 간부가 우리 아버지 친구분이라는 사실을 처음 듣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거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의 친구가 같은 회사 근무했거든요. 자기가 속았다는 듯이... 홧김이었는지는 몰라도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시댁에서도 말도 안되는 일들을 많이 당했지만 그건 생락하겠습니다.
겨우겨우 삶을 유지하시는 엄마한테는 단돈 몇십만원도 못드리고 시댁 장롱 바꾸는데 600만원을 내놓는 남편이 원망스러워 화를 냈더니 니네집 못산다고 우리집까지 그래야 되냐고 하더군요.
뭐 이런일 다 아무 상관없어요. 어짜피 그이한테 애정이 없으니까요.
결혼후에도 전 남자친구의 소식을 자주 들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구의 남편이 그 아이와 같은 로펌에 근무했습니다.
저로인해 한동안 방황하더니 유흥가에서 어떤 술집 여자에게 잘못걸려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더군요. 그의 집이 발칵 뒤집어진건 당연하고 그의 어머니는 홧병으로 식도가 타고 위장병을 얻으셨다고 했습니다. 그 아인 거의 매일 술로 산다고 했어요.
더 기가 막힌건 나중에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저 결혼하기 얼마전에 그아이가 어찌 알았는지 그 지하방에 찾아와 울며 제발 절 말려달라고 했다더군요. 이미 날까지 받아놓은 상태에서 어머니도 그저 같이 우실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땐 제가 반쯤은 미친상태 였으니까요.
지금은 그 아이가 너무나 그립고 우리의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다 제 탓인것 같아
전 하루하루가 고문과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로 그리며 다른사람과 산다는게...그러길 벌써 2년이라니...
하루도 눈물 흘리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나의 이 큰 고통이 무슨 운명의 장난도 아닌 단지 저의 허영심과 개똥같은 자존심 때문이었다는게 절 미치게 만듭니다.
한편으론 나같은 년은 이런 고통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때론 그저 운명을 탓하고 싶군요.
하루에도 수십번 그 아이에게 달려가서 같이 도망치자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제발 시간을 돌려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도 드립니다.
또 하루에도 수십번 남편이 사라져 버렸으면 기원하는 나쁜년입니다.
한심한 사랑타령이라 욕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 사랑 때문에 죽고만 싶은 심정입니다.
이대로 계속 살아가야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