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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 할래요 (시누이가 밉다고 하소연 하던 며느리 )


BY 며느리 2000-11-13

아리,토이, 섬, 피아노, 안타까운 마음님 들의
답변 정말 감사 합니다.
여러분의 정성스런 답변을 듣고
저도 결심 했습니다.
오늘 저녁,
어머님께 전화 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고
이야기 할 생각 입니다.
가슴이 조금 떨리네요.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꼭 말할겁니다.
님들의 말처럼
그동안 힘들다는 내색 한번 안하니깐
팔자 느려지게 잘 사는줄 아는가 봐요.
그동안 적자 생길때마다 친정에서 도와 주었는데
줄줄은 모르고 받기만 하는 시댁 식구들
정말 미워집니다.


저의 시누이!
자기 친정 엄마 한테는 정말 잘 합니다.
시어머니도 딸한테 남들 눈에 띌만큼 각별하게 하시고요.
그런데도 왜 당신의 며느리인 나도
다른 사람에게는 귀한 딸이고,
사랑하는 부모가 계신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신지 모르겠어요.
아침에 글 쓸때는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저 아이 돌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차 안에서 남편 모르게
많이 울었습니다.

11월 첫째주 토요일.
우리 부부의 고향이자 부모님이 계시는 곳에서
아이 돌을 준비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까지는 세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토요일 남편 근무 끝나자 마자 갔는데도
약속 시간이 다 되어(뷔폐식당에 6시에 가기로 함)
친정 부모님과 친정 오빠,언니를
식당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 사진 찍고, 달래주느니라
친정 부모님과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습니다.
평소 뇌졸증을 앓으시던 아빠가
그날 저한테도 아무 말씀 안하시고
가만 계신데다 안색이 좋지 않았어요.
그러나 너무 바쁜데다 시어머님이 우셔서(홀어머니라 설움이 크신가 봐요)
어머님 보살피느라 신경을 못 써 드리고
그냥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시댁식구들 선물 사면서
시누이와 어머님께 말했어요.
친정 아버지가 편찮아 보여 마음에 걸린다고.
그때 어머님과 시누이가 걱정을 해 주더군요.
그래서 전 다음날 당연히 친정으로 가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날 밤
(밤 12시가 넘어 말씀을 하셔서 친정에 전화도 못함)
어머님이 명령하셨어요(정말 딱 잘라 못 박더라고요)
이모님이(시어머니의 형제)
이사를 하셔 집들이를 하신다고 하니
내일 일어나는데로 전북 김제에 가자고.
다음 날,
날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이 걱정 되어
아침 일찍 전화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아
사정 이야기도 못한 채
김제에 갔습니다.
김제에 도착하자 어머님이
세제,화장지를 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2만원주고 구입 했는데
이모집에 들어가 이모님한테 하시는 말이
시외할머니가 샀다고 하더라고요.
딸이(시어머니) 엄마를(시외할머니)
위하는 마음이야 알겠지만,
저한테는 딸로서의 기본적인 효행도 못하게 하면서
당신은 그렇게 하시는 것에 모순을 느꼈습니다.

오전 11시쯤에야
친정 부모님과 전화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새벽 일찍부터
저 줄려고 마당에 있는 감 따시고,
채소 다듬고
마늘을 까시며
기다리고 계셨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사흘 내내 속상 했습니다.
남편한테도 말 하지 않고 있다가
사흘째 되던 날 밤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 친정 식구들이 우리 아이 돌 때
들러리였냐고,
편찮으신 아버지 뵙지도 못하고
꼭 그렇게 김제 이모네에 갔어야 했냐고.

제 자신도 너무 미웠습니다.
평소에 친정 부모님께는 효도도 못하면서
시댁 식구들한테는 간도 빼줄듯이 행동하고
내가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도 못 찾고......

예전에는 중이 제 머리 못깍는다고
제 손으로 친정 챙기기 보다는
남편이 챙겨 주기를 바랬는데,
감나무 아래 누워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요즘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댁 식구들한테도
저의 친정식구들과 관련된 권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말하고 챙기려고 합니다.
아무말 없이 묵묵히
참고 희생하니까
정말 님들 말씀대로
더 큰 것을 요구 하시더라고요.

젊어서 돈 벌려고 있는 고생,없는 고생 다 하셨던 우리 엄마!
겨우 돈 벌어 먹고 살만 하니까
아빠가 바람 피워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우리 엄마!
그런 우리 엄마가 오늘따라 더 보고싶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