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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다들 가만두지 않는거지..


BY 눈물 2000-11-13

저 다음주면 결혼한지 2주년 돼요.
지난주에 임신했다는 것도 알게 됐구요.
남편도 내게 다정하고, 별 문제 없이 지냅니다. 둘사이의 문제는 별로 없습니다. 있다해도 금방 풀리구요.

둘째며느리인 저와 같이 사는 울 어머님, 제가 임신했다는 소식 듣고도 그냥 시큰둥 해서 무지 당황하고 서운했습니다.
우리 남편이 경제적 능력이 안되서 결혼하고 쭈욱 같이 살고 있긴 합니다만, 조금만 자기 서운케 하면 니네 돈벌어서 나가 살라고 합니다. 참내, 그것두 한두번 들어야지..
울 어머니 이러저러한 얘기 하면 저도 선배님들 못지 않게
소설 쓴답니다. 엊그제 열받은 얘기 하나.

큰며느리랑은 성격 안맞아서 절대 같이 못산다는 양반이,
큰아들 분가할때는 며느리 잘못봐서 아들 내보낸다구(저는 그때 결혼 안했음, 말만 들었음) 아들 저녁에 퇴근해서 밥 먹는 상머리에서 방바닥 치면서 우셨다더군요.

그렇게 며느리랑 악감정을 갖고 계시던 분이,
따로 살면 그 자식이 귀하게 느껴진다더니, 그 며느리 한테는
꿈쩍도 못합니다. 얼굴 안보고 살겠다고 저 연애할때 얼마나 못박았었는데, 지금은 저만 며느리고 그쪽은 아예 딸입니다.
토욜에 김장을 한다고 금욜 저녁에 저 퇴근하는데 통보(?)를 하더군요. 우리꺼 담냐구요? 노~ 절대로~
울 형님네꺼 담아준다네요. 당신 큰아들이 결혼해서도 장모나
와이프가 담아주는 김치는 못먹어서 일년열두달 내내 김치 담아서 보내줍니다. 물론 제 친정에서 가져온 고춧가루, 마늘, 찹쌀. 기타 등등 왕창 잘 퍼주시지요.

암튼, 김장을 한다길래, 사실 저 이제 임신 한달도 안되어서 의사가 안정 취하라고 했거든요. 근데 그말을 안해서 그런지, 몰라서 그런지 시어머님 형님네 오라는 말도 안하시고 김장을 그냥 하겠답니다. 제가 서운한건 제가 이제 임신초기면 형님네 불러서 하시던가, 아니면 좀 더 있다가 하시던가 하지....

에휴~ 말로는 너 들어가서 쉬라고 하지만,
싸가지 없이 '네~' 하고 들어갈 수 있나요?
그날 나름대로 힘들었는지 저녁때 피가 조금 나왔습니다.
그래서 첫아기고 친정엄마도 시골에 계시고 그래서 그냥 얼른 시어머니께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임신해서 그렇게 피 나오는 사람도 있다드라' 그러고 마십니다.
그게 끝입니다. 걱정돼서 친정언니에게 전화했더니 노발대발하면서 니네 형님은 어디서 자빠졌고 임신한 니가 김장했느냐고 언니가 더 흥분합니다...
피가 많이는 아니지만, 계속 나오는군요.
언니 말로는 애기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무리를 하면 유산이 될 수도 있다면서 펄쩍 펄쩍 뜁니다.

울 형님은 명절때도 명절 전날 와서 그 다음날 성묘 다녀와서는 바로 친정 가요. 정오도 안되어서 바로 가요. 친정이 바로 엎어지면 코 닿을데인데도 말예요. 그리고 지지난주 토욜에도 제사 있었는데, 아주버님 친구분 아들인가 딸인가 돌잔치 한다고 거기 있다가 저혼자 음식 다 해놓으니깐 저녁에야 와서 밥 먹구, 음식만 잔뜩 싸가지고 갔습니다. 이번 뿐만이 아닙니다. 한두번이 아니라서 셀 수도 없습니다. 지난달 시어머님 생신도 그랬습니다. 제가 시장 봤고, 음식 준비 했고, 상 차렸고.. 형님은 또 음식 가져가기만 했습니다. 울 어머니가 바리바리 싸주십니다.
어머니께 그러지 말라고, 나 기분 나쁘다고 여러번 얘기해도 막무가내입니다. 통 말이 안통합니다.

그런데 오늘 출근을 했는데, 우리 전무라는 인간이 나를 또 들들 볶았습니다. 정말 황당하게 나한테 화를 내더군요. 회사에선 제가 임신한것도 알구요. 오전에 전무에게 황당하게 당해서 하루종일 기분이 우울해졌습니다. 이렇게 계속 직장 다녀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들구요.

병원에서 조심하라고 했기에, 근무중에 외출도 삼가하면서 조용히 있는데, 다른사람이 다녀와도 되는 일을 자기들은 핑핑 놀면서 저보고 다녀오랍니다. 일부러 그러는건지. 너무 서러워서 버스 타러 가는 길에 혼자 울었습니다. 바람도 찬데 우리 애기랑 나랑 너무 서러운거 같아서 울었더랬습니다.

집이라고 가봐야 시어머니랑 정이 있어서 살뜰하길 하나,
직장이라고 나와봐야 마음 편히 얘기할 상대가 있나.
생각나는 데로 써서 글이 산만한듯 싶네요. 그냥 속상해서 이러저러한 말 써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