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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쓸쓸하게 하는 이유


BY 나는여자 2000-11-16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되었다.
그러나 난 벌써 신혼의 단물이 다 빠진 듯한 느낌이다.

난 남편을 많이 사랑해서 결혼했다.
그는 말과 행동이 담백하고 성격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난 지금 지쳐있다. 왜냐? 바로 시댁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잘난 아들에 대한 사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우리를 끼고 살고 싶어 하신다. 주말마다 오기를 바라시고, 자주 전화하기를 바라시고, 챙겨주기를 바라시고, 끝없이 바라신다.
이러한 바램들을 채우다 지쳐 중간지점을 찾으려 노력했었다.
그러나 결혼 후 계속되는 이러한 조절기간 사이 나의 애끓는 사랑의 감정은 점점 식어 현실의 차가운 방 속에서 얼어가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세계를 살피고 이해하기도 바쁜데, 이렇게 시댁일로 얼어버리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

효자 남편은 결국 시어머니를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나를 이상하게 여기고, 나를 포기하고 싶지않은 나는 결국 남편과 가정을 접어야만 하는가의 고민에 도달해 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안된 일이다.

이 사회에서 현명한 여자로 가정을 잘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차가운 이성과 넉살좋은 성격을 지닌 여우가 되어야 한다.
소녀 때부터 가지고 온 자연스러운 나를 연장시켜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한가? 이렇게 세상의 비합리적인 끈에 목이 졸려 세상 모든것 받아들이는 바보나 그 어디에서고 살아남는 여우가 되어야 하는가?
여자로 태어난 것이 잘못인 그 오랜 역사를 깨기란 참으로 힘들다! 휴~ 이제 생각하고 싸우는 것도 지칠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