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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인격


BY 겨울비 2000-11-16

오늘따라 남편이 휴대폰을 두고 나갔다.우리 남편의 휴대폰의 용도는 퇴근후 늦을때만 사용한다. 근무시간에 휴대폰을 아예 꺼 놓는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 남편에게서 늦으니 기다리지 말고 자랜다. 그때부터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해서 정확히 십분 간격으로 한 열번쯤 울렸다.
나는 누군지 짐작을 하면서도 받지 않았다.
드디어 집 전화벨이 울렸다. 애에게 받으라고 했다.
역시였다.
시어머님....
나는 전화 노이로제에 걸려 산다. 울 시엄니께선 걸핏하면 남편에게 휴대폰으로 꼬치꼬치 물으신다. 처가집 일, 집안일....
그러고 며늘에게 전화와선 시침 뚝 떼시고 슬슬 딴지를 거신다. 남편과 통화한 티는 전혀 내지 않아 잘못하면 어머님이 던지신 낚시줄에 걸린다. 그러면 며늘은 죽일년이다.
하다못해 애들이 받으면 꼭 물으신다. 요즘 반찬은 뭘 먹냐? 고기는 ....엄마 아빠 싸우냐? 외갓집 언제 갔냐????
나는 막내며늘인데 두손윗동서 흉을 내게 열심히 하신다. 듣기 민망할 정도로. 근데 두동서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살살 녹게 애정표현을 하신다. 첨엔 너무 이해가 안됐다. 그러고 십여년이 지나 나는 알았다. 두동서 에게도 막내며늘 흉을 침을 튀기면 하신다. 그러고 두딸의 흉은 전화올때마다 듣는 레파토리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엄니에게는 모두가 흉의 대상이고 막상 그 당사자에게는 찍소리 못하시는 것은 물론 전혀 돌변하신 행동.
어머님의 문제로 신랑과 많이도 싸웠다.
이땅의 모든 신랑이 그렇듯 자기 어머니께 순종 안 하는 여자는 필요없다고 이혼하자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그랬다. 당신 어머님이 이런 줄 알았으면 좀더 고려할걸 그랬다고. 그랬더니 신랑이 말도 안되게 우리엄마 이런줄 이제 알았냐 ...
몇년동안 그런 문제가 나올때 어김없이 싸우고 또 싸우고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그 결과 지금은 타협을 봤다. 서로 시댁이나 친정에 하는 행동에 의무적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없앴다. 그랬는데 지금도 가끔 싸운다. 어머님 땜에.
일년에 몇번 오시는 거지만 우리 어머님은 옷장 부터 구석구석 다 뒤져 보신다. 그리고 엄연히 며느리 살림인데 간섭하려 하신다. 소파 색깔이 너무 밝다느니 .뭘 사면 얼마주고 샀냐. 왜샀냐.....
어지간하면 시댁에 가지 않을려고 한다. 근데 명절이 오면 어쩔수 없이 가야 하는데 한달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변비가 오고 입맛이 없다.
우리 신랑은 결혼 십년이 넘도록 장인어른 산소에도 안가보고 처갓집을 한번 다녀오면---그것도 일이 있을 때만가끔---손가락에 꼽아 놓는다. 그러면서 처갓집 한번 갈때 시댁 몇번을 가얀댄다. 우리집에서 시댁에 가는 시간 다섯시간 , 친정가는 시간 한시간 반.
싸워도 입만 아프고 일일이 감시하는 시엄니땜에 아예 친정에 안 간다. 그대신 시댁가는 발걸음도 줄인다.
더더구나 우리 엄니 꼭 토욜 오후부터 일욜 저녁까지 수시로 전화하여 확인하신다. 혹시 어디로 놀러가나 ? 처갓집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