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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한 기분


BY 궁노루 2000-11-20

이렇게 비가 오는 어설픈 날씨에도 학교를 마친 아들 녀석은 당연히 친구를 데려 왔다.
엊그제 걸린 감기에 기침은 쉴새 없이 하면서.
그리고 집은 금새 난장판이다.
어제 일욜도 큰애 친구들이 저녁까지 놀고. 그제 토욜날은
또 작은 녀석 친구들이 ....
토욜은 학교 급식을 하지 않아 집에서 애들 밥을 먹였다.
찹쌀 현미를 조금 섞었는데 친구 녀석 집에선 그런 밥을 안 먹었나 보다.
"아줌마! 저는 누룽지밥 안 먹어요.다른밥 주세요."
요즘 초딩 일학년들은 정말 당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
조금 있으니 큰애 친구들이 큰애와 당당히 입장.
큰애 친구에게 우선 컴을 하고 놀라고 한 후 큰애에게 오늘의 공부를 시키는데, 이 녀석 눈은 당연히 애들에게만 가 있다.
난 너무 속상하다.
큰 애는 일주일후 수학 경시에 나가야 한다.
학원도 다니는 것이 없이 내가 그냥 가르키는데 평소에도 조금 할려면 왠 친구들이 그리도 오는지.....
이왕 놀러 온 애들 다시 돌려 보내는 것은 뭣 해서 그냥 놀게 하지만, 아침 마다 학교 갈때 오늘은 제발 친구 그만 데리고 오고 시험때까지 공부 좀 하자. 그러면 대답은 네 하면서 또 어김 없이 달고 나타난다.
큰애 친구에, 작은애 친구에 정신이 없는 시간이 지난후
작은애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려고 작은 녀석 친구에게 오늘은 그만 집에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하여 본의 아니게 다 듣게 됐다.
"엄마! 지금 나 태우러 오세요"
"왜? 그집에서 더 놀아야지 . 그집 아줌마가 가라고 쫓아냈니?"
"아니, ㅇㅇ지금 병원 간대"
난 너무 속상했다.
그 애 엄마는 그냥 얼굴만 한 번 봤을 뿐 나도 모른다.
그냥 보기에 나보다 한 참 어려보일 뿐.
근데 애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우리집에서 저녁까지 놀면 미안한 맘도 없나.
근데 얼마전 우리애가 그애 집에 한 번 가보고 싶다고 갔다가 그냥 왔다.
그애 엄마가 바쁘다고 우리애를 그냥 가라고 했단다.
물론 처음간 우리애에게 과일한 쪽, 주스한 잔 없이.
그때는 조금 속상했지만 오늘따라 그때 생각이 자꾸 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